재작년이던 2003년 기동중대장으로 일할때, 답답한 속내를 인터넷 경찰동호회 '폴네티앙'에 게재했던 글이다.
전의경, 시위문화, 군병력에 대한 처우의 문제는 쾌도난마식으로 풀긴 참 어렵다.
막상 직접 같이 일하기 전에는 체감하지 못했던 소회를 이쪽으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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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24
난 경기도 모 경찰서내 의무경찰로 이루어진 기동중대에서 일하고 있다.
같은 동료 중, 소대장들과 행정반 직원 등은 경찰공무원이며, 경찰관서의 여러보직 중 이곳을 선택하여 근무하고 계신 분들이다.
그리고 120여명의 의경들... 전의경이란 전경과 의경을 일컫는데,
①전경(전투경찰순경), 육군를 지원하였다가, 육군에서 부대 발령 중 분류하여 경찰로 보내주는 병과이며,
②의경(의무경찰순경), 처음부터 의경으로 군복무를 지원한 애들이다.
의경이 편해서들 많이 간다곤 하지만,
결단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고, 실제 입대를 고뇌하는 아이들은 알음알음 정보를 취합하여 굉장히 고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선택한다.
왜?
내가 접한 이유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입대가 빠르다’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6개월이상 기다리곤 하지만, 의경은 즉시 데려간다. 워낙 부족하니깐,,)
힘들다지만,... 다음 학기까지 미룰수 없어서, 등록금, 생활고,,
무슨 대단한 집안의 아이들이 입대하겠는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입하나 줄이려고 일찍 들어 온 것이다.
그런 애들이 입대해서 월 30,000~35,000원 가량 봉급을 받는다.
하루 3끼의 식사대금으로 한정되어 있는 금액도 1일 총 2300원가량.
- 난 항상 그 돈으로 그 나이, 그 숫자가 먹는 양,, 1일 쌀 1가마니는 기본이며, 김치 몇십킬로, 고기 몇십근, 항상 월말을 걱정하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근무여건 역시 가혹하다. 집회현장을 새벽같이 나가 캄캄해져서야 들어오고, 발생하는 육탄사태를 몸으로 막는다. 야간엔 방범근무에 따블로 투입되기 일쑤다.
주1회 휴식? 택도 없다. 빨간날은 달력에나 있는 개념상의 색깔에 불과하다. 중요시설 경비를 장기간할 경우는, 그저 길거리에서 먹고 자고, 멍하니 거리에서 종일 서서 하루를, 한달씩 보낸다.
그들의 일과를 똑같이 따라하다보면 며칠만에 바로 몸살이 난다.(벌써부터..ㅠ.ㅠ) 정말이지 생떼같은 스무살 무쇠같은 체력으로 버텨내는 하루하루다.
심하다 싶을 정도의 근무 편성에 화가 나고, 정말 열악한 의식주 지원에 안쓰럽다.
새삼 열받아서 이야기하면, 이건 정말 국가가 20대 초반의 혈기를 쥐어짜서 ‘국가를 유지’시키는데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없으면 유지안되냐구? 정말? 글쎄,,,,
① 집회-사전에 약속된 폴리스라인 안에서, 약속된 형태로 끝내면 성이 안 차는지, 꼭 달려와서, 의경들 방패를 발길질 한번씩 해보고 간다. 그래야 속시원해요?
② 방범 -경찰관 1인당 보호되는 국민수 526명, OECD 국가 평균인 300명선에는 두배다. (한 국가의 종합적인 수준은 경찰력과 직결된다. 정말이다) 이 숫자만으로 어림없다.
③ 각종 치안보조 - 각종 공연, 경비(이거 원래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공연주체에서 私경비해야 함이 당연하다. 돈없다니깐, 국가가 무료로 해주지)
각종 사건의 수사보조, 경호업무,,,, 사람이 필요한 모든 곳에 뿌려진다.
육군도 마찬가지, 그들도 철책에서, 산과 들에서, 노력하고, 자신의 젊음으로 희생하고 있을 것이다..
쓰다보니 간지러워지지만,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다만 현재 우리의 안녕 곁에 묵묵한 희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귀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군대.. 빽없으면 가는거지’,
‘군대가면 쫌 고생 좀 하는거지.. 그것도 못참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에서 신물이 넘어온다.
‘결국 사회라는 곳에 역할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믿는 것이 보수주의자라면, 가슴에 손을 얻고 더 고생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생각해야한다.
그것이 전제되어야, 점차 그 희생을 서로 줄여가며 파이를 키워가는 ‘더 나은 단계’로 나갈 수 있다.
※몇년 내 전의경이 없어지면, 경찰력 증원한다지만, 지금과 같은 집회 군중 1인당 최소 전의경 1명 이상 동원의 집회관리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처럼 ‘공연히 심심해서’, ‘뭣 좀 때려부숴봐야 뭐좀 한 거 같으니깐’ 등의 이유로 폴리스 라인을 넘어와서도 안되고,
경찰또한 그럴 경우 지금처럼 전의경의 몸으로 막아줄 수도 없으니,
지금과 같은 '누군가가 몸으로 맞아가며 넘어가는' 안전진압이 아닌, 엄격한 검거-사법처리의 강경 조치를 각오해야 한다.
결국 모두가 더 나은 수준으로 나아가지 위한 노력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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