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현상과 대응

독점적 형사사법체제로 인한 시민 피해

미리해치 2010. 6. 8. 15:08

05년에 경찰은 마음껏 고무되어 봤다.  역대 유래없을 정도로 과거 소근거릴 뿐이었던, '수사권 독립'을 '수사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외쳐봤고, 적어도 국민여론, 논리만으로는 검찰을 코너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지금 그 순간들이 그저 백일몽처럼 흩어져 버린 건 참 아쉽다.

 

지금부터 올린 '수사권', '수사구조개혁'관련된 글은 한참 수사구조개혁논의가 점화하기 시작했던 작년 4월경, 유일하게 주요 이슈로 취급해준 인터넷 칼럼사이트 '서프라이즈'에 올렸던 글이다.

 

(당시 그 점화에 일조했음을 속으로 꽤나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처음 글을 써서, 대문에 편집되어 몇번명이 논박하는 즐거움과 책임감도 겪어봤다.(지금 그 사이트에 가서보니, 희안하게 첫 글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이 글은 당시 두번째 쓴 글이다.  논리에는 공감하나, 지나치게 교조적이라 하여 비판도 많이 받았고, 그 다음글부터는 조금 소통이 편하고자, 겸손하고자 노력했다.

 

-----------------------------------------------------------------------------------

 

독점적 형사사법체제, 시민을 어떻게 옮매는가(4. 12)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여주신 점 감사합니다.   

 

많은 비판에서 보듯이, 그 비판만큼 시민은, 경찰과 이 나라 사법체계에 대한 내재적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히려, 경찰을, 혹을 검찰을 욕할 것이 아니라, 양자의 유착(저는 어찌보면 '지휘'-'복종'이라는 이름의 유착구조라고 봅니다)를 깰수 있는 각자 자기 책임 시스템의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무슨 의도를 가지고 글을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무슨 말이지 당최 알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한편 원하는대로 바뀐다면 "경찰이 권한을 흔들어 국민을 핍박하는 것이 아닌가, 검새나 짭새나 그놈이 그놈!"이라고도 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1. 우리 생활 속에서, 수사라는 것의 법규상 권한 독점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가?
2. 그렇다면 경찰과 검찰의 주장은 결국 무엇이고,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를 또 다시 설명드립니다.

 

---------------------------------------------------------------


1. 우리 생활속에서, 수사라는 것의 법규상 권한 독점은 어떤 원리로 작용하며, 현재 경찰청이 고치자고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현행 형사소송법>
 제195조 (검사의 수사) 검사는 범죄의 혐의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제196조 (사법경찰관리) ①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어 수사를 하여야 한다.
  

<경찰청 개정 건의안>
195조(검사와 사법경찰관리 등의 수사)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196조(검사와 사법경찰관과의 관계)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관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하략,,)
 
.

이상이 현행 형사소송법에서 '수사'를 규정하는 조항이며, 이에관한 경찰청 개정 건의안입니다.

현재는 즉 '범죄의 혐의'가 있다면 '검사만이' 수사를 하며,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의 보조'를 할 뿐입니다.

 

이 원리가 실제 시민을 위한 형사사법서비스에 어떻게 작용할까요?

 

1-1 수사 개시권이 없어 시민을 입건


(갑)과 (을)이 어느 저녁노상에서 술에 취해 길을 걷다 부딪혀, 사소한 시비 끝에 주먹을 교환하고, 폭행하였다.  둘을 씩씩거리며 함께, '법대로 하자'라며 근처 파출소로 달려간다.

 

  거기에서 서로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며 전후사정을 경찰관에게 설명하던 도중, 술이 깨어나고, 쑥스러움과 함께 사과한후 각자의 집으로 귀가하고자 한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이들을 보내줄 수 없습니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상해)죄의 피의자이기 때문이다.

 

경찰관에겐 수사의 개시결정권이 없습니다.  수사를 개시하는 판단도 검사만이 할 수 있습니다. 

 

즉 이들을 현행범인 입건하여,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후 검찰청으로 관련기록을 송부(송치라고 함)하여야 합니다.

 

두 사람은 맹렬히 항의합니다.  우리끼리 괜찮다는데, 니가 뭔데 난리냐,,,

 

미안합니다. 수사를 시작할지 여부는 검찰의 고유판단권한이기에 경찰은 무조건 '일단 입건'합니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듭니다.

 

 

1-2 수사종결권이 없이 시민을 입건 후 송치

 

어떤 남자가 한 고등학생을 데리고 와, 이 놈이 내 돈을 훔쳤다고 진술하고 버르장머리를 고쳐달라고 한다.

 

경찰은 이를 입건하여 조사합니다.  그런데 조사를 마칠 도중, 이 남자가 '사실 나는 저 얘의 아버지인데, 아이 버릇을 고쳐줄려고 한 일이니, 이만 집에 돌려보내달라'라고 합니다.

 

'수사'란 '형사기소와 그 유지를 위한 활동'입니다. 

 

절도죄는 친족간의 문제는 죄를 묻지 않는 범죄이기에 명백히 기소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이 모든 절차는 여기에서 스톱... 모든 일을 없었던 일로 하고 집에 돌려보내줘야 합니다. 

 

그러나 경찰에겐 종결권이 없습니다.  일단 모든 서류를 다꾸미고, 지문을 다 찍고, 신분증을 복사하는 등등, 입건절차를 다 거친 후에, 검찰로 또 서류를 송부해야 합니다.

 

매년, '범죄사건부'라는 두터운 장부 수십권에 매장 관할 검찰 지검장 이상이 한 장한장 날인한 장부가 각 경찰서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입건된 모든 이들은 이 장부에 이름이 적히고, 적힌 사람에 대한 모든 형사입건 서류는 1장도 예외없이 모두 검찰로 송부해야 합니다.

 

"내 자식을 니들이 왜 전과자를 만드냐"고 이야기하고,

 

경찰이, "아니 그냥 기록만 남는 거에요, 벌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등등 설명해도

아들과 경찰서를 나올때는 '개새끼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경찰주장대로 개정되어,, '..경찰이 수사할수 있다,,'라는 식으로 바뀐다면,

 

이런 두가지 경우에 있어, 경찰이 책임지고 여기까지의 자료를 기록으로 남겨둔채,

 

자신들이 그 이름을 걸고 책임진후-예를 들어 수사간부와 경찰서장등의 결재를 받아서,

 

거기에서 수사과정을 중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1-3 강제수사에는 여전히 검사, 법원의 지휘감독,

 

(갑)이 (을)에게 속아 거액을 사기당해서, (갑)을 고소했습니다.  경찰관은 (을)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한다.  예를 들어 (을)의 계좌추적을 한다고 해보죠. 

 

모든 영장은 검사의 경유가 있어야 합니다.  검사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고, 검사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판사에게 청구, 영장을 발부받아 물증을 찾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을)이 혐의가 중하고, 증거인멸등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서,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여 발부받습니다

 

수사기록을 검토해본 검사는 '이 정도로는 증빙자료가 부족하니 다시 영장을 발부하라'고 반려합니다.

그 재조사를 거쳐 (을)을 구속하고, 검찰에 수사기록과 함께 인계합니다.

 

'경찰이 수사할수 있다' 그 한귀절 들어가도?  경찰이 임의대로 영장청구하여 인권침해하지 않습니다.

사생활침해우려 있는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은 여전히 검사, 판사의 경유를 거치고, 재판단을 요하여 보충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들지요

 

 

1-4 '지휘'라는 핑계의 사건 축소 검-경 유착

 

지역유지 (갑)이 자기의 비서(을)을 강간한 사건이 생겼다. 

(을)의 진술과 몸상태 등 정황으로 보아 (갑)이 (을)에게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가졌음은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찰관은 (을)에게 (갑)이 자신을 어떻게 폭행했는지, 주위에 본 사람은 없는지를 묻고, 마침 주변을 지나가던 참고인 (병)을 불러, 당시 자신이 목격한대로, (갑)이 (을)에게 폭행을 행사하고 있던 점을 진술하여, 경찰관은 (갑)의 혐의가 입증된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갑)은 주위에, (을)이 성관계가 문란하며 자신에게 돈을 많이 받으려고 고소하였다는 소문을 주위에 퍼뜨리고 있습니다.  또한 (을)을 협박하여 고소를 취하하라고 강요하고요.

 

(갑)의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며, 참고인들의 진술을 조작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갑)을 긴급체포하고, 체포시한내인 48시간 이내(경찰은 체포직후24시간내)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검사가 혐의입증이 부족하다며,

남은 시간내(24시간도 안될 때가 많다) 마을 사람 전원을 상대로 (갑)의 평소 품행을 조사하고, '만일 불가능 하다면, 일단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라'는 '지휘'를 합니다. 

 

경찰관은 아연합니다.  24시간내 몇백명을 소환조사하라,,,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럴 때 '노련한 경찰관'은 (갑)을 풀어주라는 의도를 읽고, 일단 (갑)을 풀어주고,

석방된 (갑)은 '니 따위가 나를 어떻게 할수 있을 줄 알았냐'며, (을)에게 합의를 종용, 고소를 취소시킵니다.

 

(을)은 절망하며, 경찰과 검찰을 욕합니다.

경찰과 검찰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경찰은 '검사가 엉뚱한 지휘를 해서'

그리고 검사는 '경찰이 수사를 엉망으로 해서'라고 서로의 직책 뒤에 자신의 이름을 숨기며, 얼렁뚱땅 넘어갑니다..

 

'..경찰이 수사할수 있다..'그 한귀절을 넣는다면?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변동사항은 없습니다.

여전히 영장청구와, 이와 관련한 지휘권한은 검사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항에서, 경찰이 다른 견해를 검사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할 수는 있을거라 생각해봅니다. 

 

1-5 경찰의 사건기록은 여전히 검사의 사후 감독

 

같은 사례를 내용만 한번 바꿔보겠습니다. 

 

지역유지 (갑)에게 유리하게 수사해주고 싶은 경찰관은

(을)에게 '그게 무슨 강간이냐, 특별한 폭행도 없었지 않느냐'라는 식의 진술을 종용, 혐의를 축소시켜 사건을, 불구속인 상태로 '검찰에 송부한다' (모든 형사사건은 검사송부)

 

사건기록을 읽은 검사는 (을)을 불러,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사건을 왜곡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갑)을 구속하고, 또한 경찰관 (병) 역시 형사 처벌합니다.

 

경찰청 요구로 개정되면 어떻게 될까요?  변동사항없습니다.  여전히, 경찰의 모든 수사서류는 검찰의 스크린으로 감독받습니다.  경찰도 이를 회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지루하겠지만, 딱 하나만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6 검찰이 암시하는 방향으로의 사건 조사후 '경찰의 이름'으로 판단 작성 

 

고위공무권 (갑)이 어떤 사업체의 인허가와 관련하여 사장(을)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경찰이 수사하였다. 

 (갑), (을)은 각각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말을 맞췄다.  경찰은 (갑), (을) 주변인을 조사하고,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변명이 거짓이라고 판단하고, '그러한 의견'으로 검찰에 송부하였다.

만일 이 의견에 대하여 검찰에서, 이는 잘못된 추론이라 생각하며, 다시 조사하는 것,, 당연합니다.

 

  1차 수사를 실제 담당한 경찰의 의견일 뿐이지요.  이 의견을 검찰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검찰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경찰에 사건 기록을 다시 보내며, 전혀 상관없는, 방대한 사항을 조사한 후 결론을 다시 내보라고 종용합니다. 

 

경찰은 묵묵히 그 지시를 따른 다음, 재차 한번 더 '이들의 변명은 거짓'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적어 보냅니다. 

 

그러나 검찰은 또 다시 이를 되풀이합니다... 몇 번의 되풀이 끝에,, 경찰은 굴복하고,,, '이들의 변명이 사실일수도 있음'이라는 의견으로 고쳐서 검찰에 보냅니다..  그제서야 검찰은 사건기록을 접수합니다..

 

(갑)과 (을)과 검찰, 경찰 모두 서로의 역할극을 마치고, 거짓말 놀이를 끝냅니다.

지켜보는 시민들은 '지들끼리는 다 똑같아,, 하고 욕합니다.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라는 귀절로 법개정되면? 

 

경찰은 경찰의 이름으로 '자신의 판단'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해 검찰이 허술하다고 생각한다면, '경찰의 이름'뒤에 쉽지 않고, '검찰 자신의 이름'으로 보강수사한 수 사건을 종결지으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경우 왜 경찰의 판단과 다른 판단을 내렸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를 지게 되고,,

 

검찰은 그간의 임의로 사실조사 과정을 장악할 수 있었던 독점 관행이 균열되고, 경찰의 수사진행과정에 따른 견제를 받게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검찰이 반대하는 핵심이유이며, 이는 국민과 경찰이 아니라, 경찰과 검찰간 긴장감 조성을 위한 강한 견제키로 작용할 것입니다.)

-------------------------------------------------------------

 

별것 아니라구요? 

 

님들이 당하신 일들, 아님 주위에서 들어서 체감하신 일들이 엄청나게 심각해서 '짭새 씹새끼들,,'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방향으로 처리하면서 규정이 어떻고, 법규가 어떻고 해서 사람을 오라 가라 하고, 뻔히 눈에 보이는 놈 놔주고,,, 그래서 밉고 한심한 것이잖습니까?

 

국가의 형벌권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가?는 국가 성립의 기본입니다.  여기에 국민은 본질적으로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면, 신뢰감이 가지 않는다면,, 신뢰감이 가는 방향으로 바꿔야지요.  

 

현행 형사사법독점체제는 국민의 요구수준,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리플 중에, '정당한 권한이면 요구해라, 어물쩡 변명하지 말고!'라는 의견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 단계에서 경찰은 '경찰의 이름으로 수사하고 싶다' 이것뿐입니다.

 

당연히 더 받고 싶지요.  하지만, 지금 이 법규상의 불일치 해결조차 쉽지 않기에 이것도  '겨우'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의 아닌 글질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양측은 무엇을 요구하며, 어떻게 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