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보며 느낀 점

만화카테고리-2 (사랑)

미리해치 2010. 6. 8. 14:52

3-2 사랑

 

사랑에 빠지는 순간, 두근두근하면서도 달콤하다.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 연적(緣敵)을, 스스로의 못난 처리를 극복할때, 또는 나의 약함을 내 보이는 용기를 내고,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여줄 때 행복하다.  그러나, 완벽하지 못한 것이 사람이기에 사랑이 익숙해고, 감정의 휘황함이 바래지는 때가 오면 다른 이에게 눈을 돌리게 되기도 하며, 각자의 삶에 대한 힘겨움때문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의지로 극복할 때도 있고, 에너지를 잃고 지치면 아픈 이별을 하는 것이 인생이다.

 

                 

 

  아다치 미츠루,, '평생 갑자원(일본 고교 야구대회)만화만 그리는 사람'이라는 말도 하지만,, 야구물 외에도 많이 그렸고, 아다치의 만화는 엄밀히 보면, 야구만화라 하기 어렵다.  야구를 소재로 한, 소년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 할 것이다.

 

  부모님의 사업상 적수네 딸, 라이벌의 내정된 약혼녀와 티격태격하며 사랑에 빠지는 수영선수의 이야기(러프), 소꼽친구를 친구의 애인으로 소개시킨 후, 변화한 감정을 다스리는 야구소년의 이야기(H2) 등을 보면, 스포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아다치의 소설은 소년의 사랑과 성장에 대한 만화다.

 

  너무 재밌고, 탁월한 감정의 묘사와 명대사들이 많고, 특히 H2는 아다치스러움이 집대성된 만화로서, 왕팬도 많다.  투타에서 탁월한 재능을 갖춘 두 야구천재고교생이 라이벌의식속에서도 진한 신뢰와 우정을 잃지 않고, 특히 히까리(히로의 소꼽친구이자, 히데오의 애인)을 사이에 둔, 안타까움과 절제, 배려와 희생, 긍지가 있다. 

 

  그러나, 아다치의 주인공들은 미남미녀, 재능을 갖추고 인격적으로 성숙(17세 고교생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했기에 읽는 이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따뜻한 가슴 뿐 소극적이며 내세울 것없는 주인공을 사랑하는 두 미유키(하나는 애인, 하나는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의 이야기(미유키)도 있지만,,, 러프, 터치, H2, 일곱빛깔 무지개, 최근 완결된 카츠까지, 주인공들은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도 폭주하지 않고, 항상 배려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발굴하고자, 라이벌을 이기고자 맹렬히 노력한다.

 

H2의 사실상의 두 주인공, 히로와 히까리도, 서로의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그 전에 사귀게 된(소개해준) 히데오에 대한 우정과 사랑을 배신하지 않고자 히데오와 히로의 야구승부를 끝으로 정리한다.  그 점을 모두 알고 있는 히데오도 묵묵히 지켜보며 우정과 사랑에 충심을 다할 뿐, 두 사람의 결론을 기다리며 배려한다.  이것은 감동이지만, 현실감은 떨어지잖나?

 

  (히로)"너랑 헤어지더라도 히까리는 절대로 나랑 사귀지는 않을거야...  (히데오) 왜?  (히로) 히까리는 너무 나를 좋아하니깐,,,  (히데오) 묘하게 설득력이 있군,,,

(히로에겐 최고의 친구인 히데오를 배신하게 되는 아픔을 줄수는 없으니까,, 등 여러가지로 해석가능한 명대사)

 

아다치미츠루 만화 주인공들의 사랑은 그래서 그림자가 없고 투명하고 일직성이다.  그에 비해, 또 하나의 명만화가 하라 히데노리의 사랑들은 조금 더 우리 현실과 가까이 있다.

 

           

 

   하라 히데노리의 주인공들은 재능을 갖춘 천재도, 인격적으로 성숙한 영웅도 아니다.  성실 선량하지만, 자신의 삶을 힘겨워하고, 나아지려고 발버둥 친다.  사랑을 만나고 행복해하지만, 재수생활(겨울이야기), 취업(섬데이) 등 힘든 생활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매력적인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고 배신하기도 한다. 

 

   <내집으로 와요>에서는 서로의 갈 길이 조금씩 달라지고, 상대방의 과거에 대해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게 되어, 조금씩 사랑을 바래게 하다가, 이별하게 된다.  독자는 서로가 모든 아픔을 극복하고 행복하길 바라지만, 한때 정말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이별로 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기에 아쉬운 여운을 준다.

 

 

PS. 최고의 사랑을 쟁취하고, 그 사랑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이루어내고,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는 대리만족의 도구이며, 의도치 않게 상대를 배신하고 상처주면서 뒤늦게 깨닫고 반성하거나, 결국 헤어지는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준다. 

 

    사랑을 이루고, 지키는 일,  성실과 노력, 의지로 가능하며 자기절제와 책임감이 있을 때 계속 꽃을 피우고 가꿔나갈 수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