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현상과 대응

무동기 범죄, 우리 곁에 숨어있는 야수들

미리해치 2010. 6. 9. 14:55

 

여기, 그림자 속에 얼굴을 감춘 한 사람이 있다.

 

밝은 햇빛 속의 그는 평범한 가장, 번듯한 신사로 통한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는 격렬한 증오와 분노, 파괴욕구가 끓고 있다.   그는 타인의 아픔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자신의 파괴욕구로 타인의 삶을 부수는 것을 스스로 합리화하며, 서슴없이 반복한다.

 

이들을 사이코패스라고 하며, 이들의 연쇄범죄를 '묻지마 범죄'라 부른다.

 

 

1. “범죄는 왜 일어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이야기 해보자

 

사회를 구성하여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필연적으로 규칙을 만들고, 서로 준수할 것을 요구하며 살아가게 된다.

 

준수해야할 규칙은 통상 ‘법’, ‘규범’, ‘도덕’, ‘관습’의 이름이 붙게되지만, 이중 가장 절대적인 규칙은 ‘법’이며, 그 ‘법’을 일탈하는 행위를 우리는 ‘범법’, ‘탈법’, ‘위법’, ‘범죄’라고 명명한다.

 

특히, 관행적 ‘탈법’의 수준을 넘어, 사회구성원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범죄’라고 부른다.

크게든 작게든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위해를 끼치는 ‘범죄’는 사회적으로 깊은 상흔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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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강호순의 연쇄살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법무부에서는 그동안 집행하지 않았던 사형수(현 59명)들에 대한 형집행 여부를 다시 재검토중이다.(우리나라는 97년 이후, 사형판결을 하지만 집행은 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는 상태)

 

흉악한 범죄자를 추종하는 블레임룩(Blame Look)현상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강호순을 옹호하는 인터넷카페까지 등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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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순을 지지하는 카페의 메인화면-지금은 폐쇄>

 

‘강호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민들이 사회적 충격에 의해 법원에 개명신청하는 사례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2월말 현재, 청주지방법원에 2건, 대전과 부산, 대구, 울산에서도 1~3명씩 법원에 개명 신청을 냈다. 신청자 대부분은 여성으로 나이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대생의 46%가 불안감에 따라 예전보다 더 빨리 귀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범죄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긴급호출기능이 있는 핸드폰(소위 ‘안티 강호순폰’)이 시판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개발된 핸드폰모델, 상단의 줄을 잡아당기면, 강력한 경고음이 울려퍼지고, 지인들에게 구호메세지와 위치정보가 전파>

 

하나의 범죄로 인해 여러 방향으로 다양한 관심이 촉발되고, 다각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범죄를 혐오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이미 알려진 범죄의 정보를 더 습득하여, 대처하려고 하는 집단적 방어의식이 발현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호순사건 현장검증때 몰려든 군중들, 이런 군중 심리는 선정적 욕구뿐 아니라, 범죄현상을 깊히 체감하여 자기 안위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질적 욕구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사회구성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범죄는 왜 발생하며 어떤 의미이며, 그리고 시민과 경찰은 어떻게 대응해나가는지 등을 논의해보고싶었다. (기자는 현직경찰관으로 범죄,수사와 관련된 기획업무에 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첫 소재로 ‘무동기범죄’에 대해 기사를 작성하려 한다.

 

 

2. 08년 발생한 소위 무동기범죄 사례들

 

범죄자의 돌발적 욕구로 발생한 치명적 범죄, 피해자에게 어떤 원인도 없었던 대표적인 범죄는 작년만해도 다음과 같다. (괄호안은 체포된 피의자가 말하는 범행동기)

 

① 2월 서울 남대문에서 국보 1호 숭례문 방화

(‘토지보상금이 너무 적다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아 불을 질렀다’)

 

② 2월 광주 광산에서 길에 떨어진 과도를 주워 지나가던 행인을 찌름

(“가출한 아내에 대한 불만과 생활고 비관으로 인해, 칼을 줍고 피해자를 보는 순간 찔러야 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③ 4월 강원도 양구에서 산책로에서 운동중인 여고생을 살해 (“아무나 죽이고 싶었다”)

 

④ 7월 강원 동해시청 민원실을 난입, 근무중이던 여성 공무원을 살해

(“더 이상 세상살이가 힘들어 사람을 죽이고, 징역을 살기 위해 저질렀다”)

 

⑤ 8월 대구 북부에서 자신을 괴롭힌다는 망상으로 행인을 살해

(“평소 많은 사람들이 ‘너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날 괴롭혀 보복하고 싶었다”)

 

⑥ 9월 경북 구미에서 편의점 종업원을 칼로 찔러 다치게 함

(“평소 남들이 못생겼다고 쳐다보고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⑦ 10월 강남 한 고시원 거주자가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연기를 피해 나오는 사람들에게 회칼을 휘둘러 6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힘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다”)

 

⑧ 그리고 강호순의 연쇄살인사건 2006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8명의 여성을 목졸라 살해 (경찰 조사과정에서는, “사람 죽이는데 이유가 있겠냐”고 말해, 아연하게 만듦...)

 

       

 

<토지보상금 못받았다는 개인적 분노를 이렇게 풀다니, 정상이 아니다(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더더욱 비정상)>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이유(‘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한 강호순은 물론이고)들은 이들의 범행을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이들은 흔히이 생각하듯 우발적인 난행을 저지르는 ‘비정상인’, ‘정신질환자’들이 아니다.

 

강호순은 포악한 내면에도 불구하고, 이웃들이 '예의바르고 성실한 젊은이'로 기억하는 사람이었듯, 무동기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중 상당수는 겉보기에는 무리없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며, 치밀하게 범죄를 저지르고 추적을 따돌린다

 

②~⑥까지의 사례의 범인들은 순간의 분노, 충동을  못이긴채 백주대낮에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사례다.  이들의 감정은 범행직후에도 제어되지 않아, 현장에서 검거되거나, 무수히 흘린 증거들로 인해 금방 체포된다.

(굳이 명명하면, 폭발-자멸형)

 

①사례의 남대문방화는 불만을 사회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남대문을 방화하기 위해 방화준비를 마쳤고, CCTV에서 잡히지 않게끔 나름대로 노력한 후, 방화직후, 증거물을 모두 수거하고 도주했다.

 

⑦사례의 고시원 방화살해범도 예상되로 상당시간 범행 도구, 복장을 준비했다 (준비-자멸형)

 

게다가 강호순의 경우에는, 차량(에쿠스), 복장(양복)을 상시 준비하고, 핸드폰 통화, 카드사용 등을 극히 자제하며, 철저히 관계가 노출되지 않는 피해자들을 골랐다.  자기 생활과 가정에 충실하며 사회적인 연기도 충실했다.  (준비-추적회피형) 

 

응축된 분노와 내면의 욕구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자체는 동일하지만, 그 표출의 형식이 '폭발-자멸형'은, 아무런 사전 준비없이 그야말로 '될대로 되라'는 충동적인 심정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곧바로 검거된다

 

또한 '준비-자멸형'은 범행목적 달성을 위해 나름대로 범죄수단을 상당기간 준비하지만, 그 회피방식에 대해서는 깊히 고민하지 않아, 마찬가지로 사회에 바로 노출된다.

 

단, '준비-추적회피형'은 범행목적 달성은 물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여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을 숨기고 추적을 따돌린다.  냉정하고 치밀한 '사이코패스'는 대부분 이 유형에 해당한다

 

(물론 이같은 구분은 기자가 '무동기범죄'의 발생성향이 모두 다 같지 않음을 표현하기 위한 임의적 구별에 불과하다)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 범행을 저지르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3. ‘무동기범죄’를 이해해보자.  현장 인터뷰-서울청 범죄행동분석(프로파일링)팀

 

이러한 비정상적 범행들을 범죄행동분석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현상의 이해와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경찰관들 중 범죄행동을 분석하고 자료를 관리하는 서울청 행동분석팀(일반인들에게는 ‘프로파일러’라고 잘 알려진)과의 인터뷰내용을 옮긴다

 

(기자 주-서울경찰청은 2000년부터 범죄행동에 대한 분석업무를 시작하여 지금은 전국 지방청 과학수사계에 심리,사회학 전공자를 특채하여 분석팀에 운영하는 형태로 확대되었고, 이들은 중요 연쇄범죄 및 단일 사건이라도 이상동기에 기인한 살인,강간, 방화, 폭력 등 중요범죄의 현상과 범인 심리를 분석하고 이를 통계화하여, 범인의 프로필을 도축하고 역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서울청 고선영 행동분석관-07년부터 수십건의 살인범죄현장을 분석 축적하고 계신 개척가 중 한분이다. 또 한 분 행동분석팀장 오익준 경감과도 인터뷰했으나, 사진촬영은 사양하여 게재하지 못했다>

   

문) 무동기범죄라는 용어가 적절한 것일까요?

 

고선영(이하 고)> 동기없는 범죄가 없습니다. 모든 행위는 동기가 있지요. 단지 주목되고 있는 소위 무동기범죄는 기존의 범죄처럼 물욕이나 원한, 치정 등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인과관계를 쉽게 발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범인의 심연에 있는 보다 복잡한 내적 충동까지 접근해야 합니다.  범죄자에게 오랜시간 누적된 문제(base)와 이를 작그하여 범죄에 이르게 한 촉발요인(저희는 트리거-trigger, 방아쇠라고 표현하는데요)은 분명히, ‘동기’로서 존재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행동에 중첩적인 동기와 행동근거룰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범죄가 한눈에 알수 있는 1차적 동기로 쉽게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면(예-강절도는 재물에 대한 욕구), 소위 무동기범죄들은 그런 구체적이고 표면적인 동기가 아니라 범인의 과거서와 깊은 내면에 있는 경험과 동기들이 좀더 복잡하게 얽혀져 있습니다.  범행대상이나 방법에 대한 인과관계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논리가 아닌 범인만의 논리를 통해 선택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즉 범인의 심연 속에 자리잡은 복잡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범인만의 카테고리가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깊숙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언론이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가 '무동기'범죄입니다.  하지만, 그다지 옳은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 ‘무동기’라는 말은 적절치 않고,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불명확동기범죄라는 것이지요?

 

오익준경감(이하 오)> 무동기범죄란 범인의 동기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일반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단어아닐까요?  이해할 수 없어 무동기, 이해하지 않아 무동기, 이렇게 접근해서 '무동기범죄'아닐까요?  이해하고자 하면 '무동기'라고 써선 안되지요

 

유사한 행위들에 대한 해외자료 중 미국의 개념정의는 불명확동기(nonspecific motive)에 의한 살인으로 사용하는데, 이런 통칭이 적합하리라 생각합니다.

 

문>그렇다면 불명확동기범행 중 특히, 연쇄살인범들의 공격성이 어떻게 축적되고 발현되는 걸까요?

 

오>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특성에 따른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문제를 모두 고려해 합니다.  호르몬불균형이나, 기질적 장애, 심리적 왜곡(정신장애 또는 질병으로서 분열, 망상이나 소위 사이코패스 등), 누적된 현실 불만등이 기본요인이 되겠지요

 

그리고 그런 삶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욕구를 표현하기 위해 우발적 충동에 의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가진 사람이 공경-방어, 좌절-회피라는 생존욕구를 중심으로 왜곡된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다면, 그리고 왜곡된 합리화가 공격적으로 분출되고, 또 다시 합리화하면서 연쇄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우리의 가설입니다.

 

즉 생존요구의 적대적 반응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회복-냉각단계를 거칩니다.  그런 후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연쇄범죄가 일어나게 되지요

 

06년 검거된 정남규에 대해 서울청에서 분석한 바로는 정씨의 경우, 어릴 적 당한 성폭행으로 인해 자존감의 손상, 수치심이 쌓이며 분노와 피해의식이 누적되었고, 이를 극복할만한 능력을 지니지 못해 이를 자기 합리화로 해소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씨가 최초에 저지른 부천 초등생 납치사건의 경우, 자신이 어릴적 당한 성폭행을 피해자들에게 시도한 것이 단적인 표출사례이죠

 

 

<정남규(좌)와 강호순(우), 정남규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13명을 살해하고 20명을 중상해입히는 등 총 33명의 인명피해를 입히며, 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다>

 

문) 이런 범죄에 대한 대응측면에서 행동분석(프로파일링)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오> 옛말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퇴(百戰不退))’라고 했죠. 범죄를 敵이라고 간주한다면, 그동안 경찰의 노력은 주로 지기(知己)하여우리의 역량(추적기법)을 높이는 노력이었다면 2000년부터 시작된 행동분석은 범죄자들을 파악하려는 ‘지피’(知彼)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범죄현장에 남겨진 범죄자의 행동을 통해 범죄자의 지적능력, 습관, 경험, 그들의 범죄환상을 파악하고 그러한 특성을 유형화하여 과거의 범죄자군데이터를 바탕으로 범인의 유형군을 추정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요

 

문> 이번 강호순 사건의 경우, 경찰의 행동분석기법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냈나요?

 

오> 강호순사건의 경우, 구체적인 현장이 없는 납치범죄로서 초기단계에서 완전한 범인군을 설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간 축적된 D/B와 분석기법으로 범인군(群-추정되는 집단)과 추가범행의 가능성을 추적해나갔던 과정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피해자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이들이 실종되는 지역과 시간 등을 특화하였고,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된 이후에는 피해자의 시체에 가해진 범인의 행통(스타킹을 이용하거나, 나체로 암매장 하는 등) 특성을 유형적으로 정리하는 노력을 계속했지요

 

저희 서울청 행동분석팀에서도 비공식적으로 경기청의 연쇄 실종 사건에 관심을 갖고, 세부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①피해자 선정 패턴(생활패턴이 다른 4명의 피해자가 같은 시간대, 같은 방식으로 사라진 방식이나, 이런 피해자에 대한 접근기법) ②지리적 특성과 연관성(실종 지역, 이동경로, 핸드폰이 꺼진 지역) ③범인의 언론에 대한 반응 등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당시 이범죄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  '어떤 범인이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가?'에 대해 일선 형사들과 지휘관이 범죄분석요원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설정된 가설에는 '신뢰할만한 외관을 지닌 차량을 이용, 납치(제1현장), 강간 또는 살인(제2현장) 또는 암매장(제3현장) 지역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지리감과 근거지를 지닌 신뢰할 수 있는 외형과 언변을 가진 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검거된 강호순의 신상과는 일치하는데요, 그 정도로 범위를 압축했다면 검거는 왜 늦었을까요?

 

고> 그 정도로 범인군을 추정했다고 하더라도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나중에 검거된 강호순의 거주지는 저희가 추측한 대상과 일치 했지만, 그 지역은 인구밀집지역과 농가지역이 중첩된 곳이어서, 면밀한 1대1탐문이 어려웠고, 탐문을 했다고 하더라도 개별적인 탐문 결과가 행동분석으로 연계되지 않으니, 계속 뒷받침하기는 무리였지요. 우리나라 교통사정상 추정할 수 있는 차량 이동의 거주지역은 대전까지도 수색범위가 확장되는 것이니까요

 

(기자 柱-이만한 사건 같은 경우는 수천명의 관계자가 탐문조사 대상이 되지만, 대상이 너무 넓다는 문제점은 다른 한편으로는 한명 한명을 심도있게 조사, 분석할 여유가 되지 않고, 기본적인 문답정도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수천명에 대한 조사결과가 행동분석팀으로 이체되어 재분석되기도 어렵고,,,)

 

문> 앞으로 프로파일링의 발전 방향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오> 그 답변은 앞의 질문에 대한 대한 답변으로 시작해야겠네요

 

강호순의 검거는 범인에 대한 추적증거를 찾기 어려운 실종을 전제로 하는 연쇄살치고는 상상외로 빠르게 검거된 사건입니다.  연쇄살인사건의 경우 경찰의 추적능력 뿐 아니라 범죄자에 기인한 이유로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까 말씀드린 '지피' 즉 범죄자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호순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자기 통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커진 범죄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와해되어, 추적증거를 흘렸을수도 있습니다.  또 그런 부주의를 우리가 십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수사초기의 혼란으로부터 수사체제를 정비함으로써 시체발견에 철저히 대비한 과학수사능력과 이를 통해 얻어낸 범인의 행동,심리분석을 통해, 범인대조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이 신속한 범인검거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이런 사건에 일부 기여했다고 프로파일링기법을 마술처럼 보는 시각도 경계해야 합니다.  프로파일링이란 현장의 정보를 얻어 분석하고, 수사에 응용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현장을 재구성하는 과학수사능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요  더불어 범인에 대한 많은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통계화되고 이를 분석할 숙련된 프로파일러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프로파일링은 ‘상상’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연관성을 추론하고, 과거의 유사사례로부터 동일성을 추출해내는 ‘기술’의 영역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아직 통계시스템의 기반이 약합니다. 우리 범죄통계와 조사방식은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해 증거를 규명하고 기소하기 위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는 범죄자의 범행특징을 세세히 기록하고 축적하기 위한 조사방식과 통계방식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산적한 범죄에 대해 조사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과학수사저변확대를 통해 다양한 증거를 수집하고 이에 입각한 범죄현장재구성과 그 토대로 논리적 추론을 전개하여 기존 데이터들과 함께 검증하는 체계적 연구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몇년 전 교류차 방한한 FBI 프로파일러는 수십년동안 500~1,000건이상의 살인사건에 대한 분석경험과 CCM(CrIme Classification Manual, 범죄분류매뉴얼)을 기초로 하는 통계자료를 통해 체계적인 분석능력을 갖추었고 이를 통해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기자 柱 -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이후부터 이 분야가 개척되어, 가장 경력있는 사람들도 100여건 내외의 분석 실적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미)

 

문>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만 부탁합니다.

 

고> 강호순 사건 이후로 프로파일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언론의 많은 조명도 받았고, 감사한 일이지만, 저는 이 일이, 현장에서 발견한 지문을 감식하여 제공하듯, ‘정보지원의 조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현장에서 뛰는 수사관들이 없다면, 의미가 없지요. 그 분들의 노고가 무시되거나, 마치 프로파일링으로 모든 것이 해결하는 것처럼 오해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 범죄현상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의 범죄대응은 ‘범죄는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발생했으면 빨리 잡아야 한다’, ‘잡으려 노력하면 잡힌다’는 기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기조 속에서, 관련 정책이 너무 단기적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공소시효’도 그렇구요. 십수년이 지나면 데이터가 사라져버리는 각종 범죄정보도 그렇습니다. (화성 연쇄살인 등의 예)

 

하지만, 이젠 개념을 현실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죄는 인간이 사는 동안 언제나, 상시 발생합니다, 그리고 빨리 잡힐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서도 잡힐 수도 그리고, 안 잡힐 수도 있습니다. ‘안 잡힐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수 십년간 자료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긴 호흡의 형사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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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호순사건을 비롯, 그 치명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무동기범죄의 대응에 있어, 주목받고 있는 프로파일러들과 인터뷰를 마쳤다. 이들은 범죄행동분석영역의 발전과 역할을 기원하면서도, 일선에서 뛰고 있는 형사들의 노고에 공을 돌렸다.

 

이쯤에서 최근에 집중 조명된 강호순 사건을 총괄 정리한 경찰청 수사국 형사과 실무자와 인터뷰를 가지기로 했다.

 

 

4. 강호순 사건을 수사-검거과정의 개괄-경찰청 관계자 인터뷰

 

프로파일링팀도 ‘프로파일링은 현장 수사를 지원하는 부서(STEP)’이라고 표현했듯, 어떤 범죄현상이라도 직접 추적하고 발로 뛰는 수사관들의 노력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수사관들의 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관계자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기자 柱-경찰청 수사국은 직접 수사하는 역할이 아니라, 일선의 수사사항을 정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뷰 대상은 이런 부서 중 납치사건 수사등을 종합하는 경찰청 형사과 폭력계 채용재 경감)

 

문> 이번 강호순사건의 경우, 결정적 검거경위는 무엇인가요?

 

채용재 경감(이하 채)> 그간 인근지역에서 계속되는 부녀자 실종사건을 추적해오다가, 마지막 피해자인 안某양 사건을 추적하며 결정적 증거를 찾게 되었지요.

 

안모양이 실종된 장소에서부터 안모양의 신용카드로 현금이 인출된 은행ATM기까지 이동경로상에 있는 CCTV 수십대의 이동시간대 자료 수천장을 분석했습니다.

 

총 7000여대의 차량 중 범행추정시간대와 피해자의 휴대폰이 꺼진 15시37분을 기점으로 1천여대의 용의차량을 압축하고 차량소유주들을 일일히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수사하는 와중에 CCTV에 찍힌 에쿠스차량을 조회해봤더니, 소유주가 60대 후반의 여성이었습니다.  이런 사건의 용의자로 보긴 어렵지요.  천대가 넘는 차량을 조회하면서, 그런 사항은 배제하고 넘어가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수사관은 '혹시 모르니 찾아가보자'라고 생각했지요.  막상 찾아가보니, 그녀의 아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 아들이 강호순이었던 겁니다.

 

보기에는 수수한 사항이지만, 가능성이 미약하더라도 '혹시'라는 점 때문에 나이많은 여성의 차량 소유자를 실제로 확인한 부분, 수사팀의 그 치밀함과 성실성이 발휘된 결정적 대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수사팀이 차량의 운행자인 강호순을 최초 면담했을 때, 어떤 인상이었다고 하나요?

 

채>훤칠한 키에 말끔한 외모의 강은 수사팀을 만나서도 아주 태연하고 언행에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범죄자들이 수사관들을 만나면 언행이 흔들리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이 침착해서, 저희는 '아닌가?' 생각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그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진술하는 행적과 CCTV에서 확인된 이동경로와 맞지 않는겁니다.  그때 의심을 하기 시작했죠

 

그 와중에서, CCTV자료에서 강호순이 찍힌 사진에서 뭔가 마음에 걸리는 장면들을 보였습니다.

(강호순은 피해자 안모양을 결박해 조수석밑에 밀어넣은채 운전했기 때문에, 운전도중에도 정면을 주시하지 못했고, 오른손을 조수석밑에 유지시키는 등 불안정한 상태로 운행)

 

 

<강호순이 피해자 안씨를 태우고 이동하는 장면이 찍힌 CCTV사진, 시선이 정면이 아닌 오른쪽 아래를 쳐다보고 있고, 오른손도 조수석 아래를 향하고 있다.  이때 안씨는 조수석 아래에 억류되어 있었다.>

 

문>그리곤 범행에 사용된 에쿠스차량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차량을 정밀 감식하면 뭔가 실마리가 있을 것 같았거든이요 그런데 그 다음날 새벽 5시 한건의 화재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강호순의 에쿠스와 무쏘가 불타버린 것이지요   

 

 

<1.24강호순이 태워버린 차들, 증거인멸을 위한 방화였지만, 경찰은 오히려 두 대를 모두-안某양사건에 사용하지 않은 무쏘차량까지-태워버린 정황에 주목했다>

 

결정적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차량이 불타버렸지만, 심증은 더욱 갖게 된 수사팀은 강호순을 데리고 와 집중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문> 그렇다 하더라도 강호순의 범행을 확증할만한 증거는 없었던 상황인데요.

 

채> 직접적인 물증은 부족했지요. 그러나, 수사팀은 강호순 체포와 조사중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수사관은 강호순이 안모양의 신용카드로 돈을 인출하는 장면의 은행CCTV사진을 수백번 봤다고 하는데, 강호순의 손모양이 상당히 특이했다고 합니다. 엄지손가락이 정상인보다 커서 확연히 구분되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모양도 눈에 뜨이는 점이 있어, 머리에 기억될 정도였는데, 조사 도중에 강호순의 손모양에서도 같은 특징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고 합니다.

 

<강호순이 안모양의 카드로 돈을 인출하는 은행 CCTV장면, 수사관들은 강의 손모양을 주목했다(오른쪽 사진 빨간 원부분)>

 

그리고, 강호순이 이동하며 찍힌 CCTV에서 범행추정시간전에는 넥타이를 매고 있었지만, 그 이후 찍힌 사진에는 넥타이가 없었거든요.  범행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지요 (그 추정은 맞았습니다)

 

문> 순순히 자백이 이루어졌나요?

 

채>처음에 강호순은 증거를 가져오라며 범행일체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심증을 더더욱 굳힌 수사팀은 조를 나눠, 심문방식을 바꿔가며 계속 압박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4시,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문>추가범행의 규명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나요?

 

채>그간 발견된 피해자들의 모습(프로파일링 등 분석을 통해 스타킹으로 묶인점, 매장방식, 지리적 연관성들이 동일범으로 판단) 등으로 여죄가 있을거라 확신했지만, 강은 정확한 증거를 대라며 부인했습니다.  강을 조사하는 도중에, 그가 운영하는 축사에 있던 작업복 소매에서 누군가의 혈흔을 찾아냈고, DNA 분석결과 사라진 다른 피해자의 것과 일치했습니다.

 

계속 증거를 대라며 위축되지 않던 강호순도, 이렇게 발견된 모든 증거물과 정황들을 한꺼번에 꺼내 들이밀자,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사팀은 계속 진술을 이끌어냈지요.  체포로부터 3일후, 강호순은 6건의 여죄를 털어놓았습니다.

 

문>검거와 추가범행의 가장 큰 노력의 공은 어떤 점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채>신속한 자료확보 노력과 확보된 자료에서 아주 작은 점(강호순의 운전장면의 특이점)도 놓치지 않는 예리함. 그리고 조사과정에서 끈질긴 의지와 뚝심등이 핵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형사는 뚝심과 성실성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니까요

 

문>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선군청 여직원의 살해혐의를 자백하고 장모,4번째 처의 방화살인혐의도 부분적으로 의심점을 발견한 점 등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채>지나고 보면 아쉬운 점은 항상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로서는 강호순을 처음 주목하여 검거하고 7건의 살해혐의를 규명해낸 것이 불과 10일(경찰에게 허용된 구속기간)동안 이루어진 것입니다. 자백외에도 혐의규명을 위한 증거(사체발견, 현장검증)발견까지 이루어진 것은 그 시간동안에는 최선을 다한 것이죠

 

하지만, 검찰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20일과 기소이후에도 계속 조사 가능) 조사가 이루어지고, 또한 기소의 판단재량이 있기 때문에, 기소권한을 내세운 압박이라는 권한의 우위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에 대해서는 격려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질책해주시는 것이,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 수사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문>프로파일링이 이 사건에 도움을 준 점은 어떤 것일까요?

 

채>사실 이번 사건의 결정적 단서확보나 추가 범행 입증에 대해서는 일선의 발로 뛰는 형사들의 자료확보가 지대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워낙 엽기적인 사건이고 동기가 규명되지 않는 사건이기 때문에, 그러한 신 기법의 분석도 참조할만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되어야할 분야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기법이 현장을 뛰는 형사들의 발품과 결합할 때 보다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채경감의 인터뷰처럼 무동기범죄라는 엽기성과 그로 인한 프로파일링 등 분석지원에도 조력받아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들은 단서를 샅샅이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자료를 확보하며, 확보된 자료를 통해 용의자를 확정한후 용의자를 체포, 조사를 통해 범증을 규명한다는 수사의 ABC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듯 피해자와 범인과의 인과관계의 접점(평소 알고 있는 사이였나? 피해자와 범인간 재물, 치정, 원한에 의한 살인인가?)이 극히 미약한 사건에 있어서, 더더욱 주목받는 것은 기존 인간관계에 대한 수사보다는 드라이한 정보들의 집적과 분석에 의한 수사이다.

 

강호순을 직접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단서도 피해자들의 행적과 피해자와 범인을 둘러싼 인간관계, 제보보다는 예상이동로의 CCTV 사진들, 용의자의 통화기록 분석이었다.

<강호순의 이동사진이 찍힌 경기 안산 3*번 CCTV, 여기에 찍힌 사진이 강씨를 주목한 단초가 되었다>

 

 

5. (결론 1) 경찰 수사의 대응방향 - 이제는 정보의 획득과 분석이다.

 

예전 경찰수사는 지역적 기반을 둔 경찰서의 형사들이 평소 인적관계(유흥업체, 우범자들, 금은방 등 장물의심업소, 토착주민들)등에 의한 정보망을 구축해 활동하면서, 중요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평소행적과 인과관계, 수집되는 인적정보에 따라 자료를 수집하여 용의자를 좁혀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인구의 급격한 이동과 산업구조의 재편 속에서 지역공동체는 해체되었고, 정보통신과 교통의 발달에 의해, 범죄지와 거주지간의 관련성도 약해졌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범죄는 범죄자가 거주하는 행정구역내 국한되지 않는다.)

 

 

< 강호순의 범죄요도(강원도 건은 제외)-노란 원이 납치지점, 빨간 별모양이 살해지점이다. 군포, 수원, 화성 3개 경찰관서를 오가며 범행이 이루어져 있고, 인천, 강원, 충청이 인접해있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수사를 통해서는 단서를 발견하지 어렵게된 환경 번화에 따라 경찰의 수사방식도 변화하게 되었다. 과거 지문, 족적 추적에 국한되던 경찰의 과학수사분야도 지리적 연관성의 분석, 동일-유사범죄 경력자의 행적, 통신자료의 분석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범인과 피해자간 인과관계가 없어, 피해자 주변, 피해현장의 분석만으로 범인을 추적하기 어려운 무동기범죄에 대해서는 폭넓고도 풍부한 정보자료의 획득이 절대적이다

 

(서두에 언급한 무동기범죄 중 완전한 정신병질자의 행위들이 아니라, 온전한 정신상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사회적 책임감은 결여되어있는 강호순사건과 남대문방화사건 등은 모두 치밀한 범죄은닉을 기했고, 그렇기에 경찰은 정보분석을 통한 추적에 주력함으로서 검거한 경우다)

 

      

<현장증거를 D/B화하여 분석하는 「과학적분석시스템」(SCAS-좌)과 발생범죄의 시간대, 장소적 특성을 축적하여 연관성을 분석하는 「지리적프로파일링시스템」(우), 최근 경찰의 과학수사노력의 일환이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은 더욱 정교화되어야 하고, 강력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통신, 교통발달에 기인한 범죄회피수법을 더욱 세련된 수사기술로 제압해야할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부녀자 납치, 실종은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흉악성을 띤 연쇄범죄인가 여부에 대해, 신속히 판단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사현장에 공조, 연결시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6. (결론 2) 성숙한 논의와 체계적인 대응-인권이나 안전이냐?, 수사기관만의 노력이냐? 관심과 보호냐?

 

독일 사회학자 Sofsky는 “미래사회에서는 자유가 아니라 안전이 최고의 가치다.”라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질서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자신의 권리 보장의 기본적 터전이 조성된(아직도 미약한 면이 있지만)이후, 환경파괴, 테러, 전쟁, 신질병 등 모든 위해요소들의 정보가 위협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실정에서 시민의 관심은 ‘자유보다 안전’으로 옮겨져 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다자녀시대를 지나 1~2명의 핵가족시대에서는 ‘내 가족’의 생명과 신체의 안녕의 최고의 가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전확보 수단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이중적이다. 강호순사건 이후, 취약한 경기 지역을 비롯, 흉악범죄의 예방과 대응을 위해 CCTV 확충을 결정했지만, 한편 CCTV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도 뜨겁다.

 

정신병질자의 관리측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불명확 동기 범죄자가 모두 정신질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시민일부는 위험성에 대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국가인권위에서는 정신질환자의 상당수가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입원되는 인권침해현상이 상당하고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정신병질자의 퇴원 후 보호관찰에 대해서도 법적근거, 인권침해 여부의 지적도 여전하다.

 

얼굴인식 ATM기 도입 등 기술적 사항 및 금번 제기된 흉악범의 얼굴공개에 관한 법률(충분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등 법률적 사항까지 경찰의 조치는 항상 안전과 인권의 양측의 균형을 요청하고 있다.

 

즉, 시민의 안전확보를 위해, 또다른 범죄위해군을 설정하여 수사기관이 관찰하는 방식의 접근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뿐더라, 그 방식 자체도 인권침해를 최소화해야하기에 만병통치약식의 처방이 될 수도 없다

 

그렇듯, 불명확범죄에 대한 대응을 수사 및 범죄예방 기관인 경찰이 미연에 방지하기엔 어렵다.  수사기관인 경찰의 대응에만 의존하면 언제나, 안전인가? 인권인가?의 딜레마에서 순환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모든 범죄가 다 그렇다. 경찰만이 대응할 수도 없고,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니다. 범죄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사회전체가 고민해야 하며, 경찰의 ‘역할과 방향 설정’ 또한 시민사회의 몫이다)

 

그렇듯, 불명확동기 범죄자들의 범행동기들이 급속한 사회적변화에 따른 욕망의 충돌과 공동체의 해체 속에서 자기인격이 마모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은, 당연히 사회적으로 자성해야 할 사항이다.

 

그렇기에, 사회적인 관심과 보호, 분노의 치유와 관리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 목표를 위해 여지껏 개념조차 정확히 정의되지 못하고, 선정적 보도 속에 반짝 관심이후 사그라들어버리는 ‘무동기범죄(불명확동기범죄)에 대해, 보건, 사법당국을 비롯한 정부 및 시민사회에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사회적 정리자에 대한 관리와 치유방안 모색이 진행되어야 한다.

 

언제나 사회적인 불행 자체만으로 위기가 심화되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바라보는 관점이 위기를 극복하기도 하고 심화시키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에 대해 우리사회가 어떤 교훈을 얻고 체계적인 극복노력을 할 수 있도록 모두의 숙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