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찰의 주체성 부족?
최근 사태(?)에 따라, 칼럼사이트에서 경찰의 내홍을 비판하는 네티즌에게 쓴 답글이 너무 글어져 장문이 되었다. 혹여, 상황의 이해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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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권력을 원하는게 아닙니다. '비틀린 제 권력에의 굴종'이 깨지길 원합니다.
잠을 이룰수 없이 가슴이 먹먹합니다. 노변정담때부터 서프를 ‘세상으로 보는 창’으로 눈팅한 경찰관입니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 그 속에서 의식주의 자유’를 위해 경찰을 선택했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시야가 미치는 범위 속에서 세상과 조직은 습한 안개처럼 불길하게 어두웠지만, 정치권력의 변화에 따라 나의 직장 또한 밝아지는 것을 보며 희망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고백합니다. 무오류의 경찰인은 아니었습니다. 게을러서 실수도 했고, 소양이 부족해 과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양심을 저버리거나 부당한 시류에 편승한 적 없습니다. 비약적으로 깨끗해지는 경찰현장에 안도하며 내가 사랑하는 동료들은 이제는 오히려 저를 가르치고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15만의 조직원이라 잡다한 사고 끊일 날이 없지만, 감히 단언컨대, 이제 경찰의 ‘현장’에서는 ‘조직적으로 유착’되어 시민에게 치명적 폐해를 입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서프에 웬 경찰들이 이리도 들락거려’하시던 2005년, 전 희망에 벅찼습니다. 수사구조개혁논쟁, 그것이 경-검간 기득권다툼이라 잘라말씀하실 분도 계시지만,
전 그것이 이제 경찰이 제권력 중 가장 경찰을 얽매고 있던 검찰권력에서 떨어져 시민에게 다가서고, 다른 제권력들로부터도 자기 주장할 수 있는 킹핀이라 생각했습니다.
호응도 해주셨습니다. ‘더 큰 밥그릇을 위한 이기적 주장’이라고 판단하셨다면, 시민의 한사람일뿐인 서프경찰인들을 그리도 박수쳐주시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경찰은 근본적으로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게 그 원인은 '제어받지 않은 권력'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 권력들에의 굴종’때문입니다.
'제 권력에의 굴종에 대해 오해있으실까봐 설명드립니다. 경찰은 정치권력에서의 분리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시민이 뽑은 정당한 정치권력을 섬길 것입니다.
‘정치적 독립’이라는 명분으로, 스스로 정치권력화하고자 하는 특정기관에 억눌리며, 그런 아전인수가 얼마나 우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특권을 앞세워, 여전히 비공식적으로 사회를 억누르고, 사회질서수행의 기본단위를 구성하는 경찰에 대한 억압된 작위, 부작위를 강요하는 각계에 대해 당당해지고, 이로서 시민을 바라보고, 그래서 시민에게서 일한만큼 사랑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이번 한화사건, 풍설일뿐이지만, 최초사건발생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언론사들은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합습니다. 파워있는 범죄정보부서를 운영하는 검찰은,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들은 몰랐을까요? 대기업 정보부서는요? 그 속에 경찰도 있었을 겁니다.
검찰의 수사가 남아있지만, 전 이 사건속에서 경찰이 금품을 받고 사건을 고의적으로 은폐축소하지는 않았을거라 짐작합니다. 감히 그렇게 할만한 ‘배짱’도 없습니다. (이하부터는 개인적으로 추론하는 가장 극단적인 가정일뿐입니다)
서울경찰청이던, 남대문경찰서든 이 ‘뜨거운 감자’를 어찌해야할지 허둥대면서, 만일 그 과정에서 비난받아 마땅한 어떤 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은 ‘경찰의 손에 일단 들려놓은 채 목하고심 혹은 내부 분투한 후, 은밀히 방향을 결정하여 하달해줄지도 모를 경제,검찰,언론,정치’권력들의 풍향에 촉각을 세우며 늦고, 불투명하게 처리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느 한 시기, 감히 경찰이 어떤 방향을 설정하기도 늦은 시기를 돌이켜, 현장의 동료들은 참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짧은 경력이지만, 제 경험상 이렇게 온 나라가 이목을 집중하는 사건의 담당부서는 거대한 패닉의 중심입니다. 정신을 차릴수 없습니다.
할 수있는 일이라곤 그저 안자고 뛰는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성과도 냈습니다. 그런데 이지경이 되었습니다.
경찰의 감찰결과발표는 두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발생직후 현장에서 잘 발견했어야 했는데 발견치 못한 오류로 순찰경찰부터 현장경찰관들이 중징계를 받았고, 둘째, 첩보가 입수 후 수사가 들어가기 전까지 자연스럽지 않은 지연처리에 대한 문책입니다.
둘다 틀리지않습니다. 이들이 처벌되었습니다. 결과는 맞습니다. 그러나 경찰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 결과값을 산술해낸 공식의 이기주의때문입니다.
첫째, 몸이 두개여야 뛸 수 있는 의무를 줘놓고, 언제나 결과가 잘못되면 “모든 것을 완벽히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중략),, 중징계!”라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장에로의 책임 떠넘기기이며,
둘째, 제권력의 눈치밖에 보는 정책결정권자의 풍토를 스스로 반성하지 못한채, 또 다시 우리는 못하겠으니, 검찰님보고 해달라는 것이기에,
전 이 사건의 실수가, ‘권력에의 눈치보기’에서 단초되었음에도, 다시 결말을 ‘권력들의 눈치에 따라, 불분명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모조리 중징계하고, 경찰이 책임지고 자정하지 않고 또 책임을 넘기겠다’는 내포된 의미에 암울합니다.
재외동포들 사이에서, ‘동포를 믿지마라, 그 놈이 사기꾼’이라는 아픈 경험들이 원래부터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합니다. 80년 5월 광주의 참상과 학살자들의 득세 이후의 일이며, 기본적인 가치가 무너진 이후에 또 우울한 일상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권력에의 굴종을 넘어서 주체적으로 시민에게 다가선다’는 가치가 다시금 결정적으로 무너진 오늘, 앞으로 얼마나 ‘경찰인의 道’를 상실한 행위들이 경찰내 마름권력들 사이에 난무할지, 전 암담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 결정의 진정성을 믿어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전 믿기지 않습니다.
경찰은 원래 권력적 직종이 아닙니다. 시민을 지키고 보호하다 목숨을 잃는 가장 민중적 직업입니다. 하지만, 식민지시대를 청산하지 못하고, 독재권력의 몽둥이로 살아온 과거에 아직도 시민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참회하고 원죄를 속죄한다면 좀더 떳떳해질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경찰청이 몇 년간 학계와 공동으로 연구했던 ‘경찰60년사’의 편찬, 발표작업에 작은 희망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작업이 발표 직전, 살아있는 권력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전면취소, 폐기되었습니다.
검찰,법무부,경찰의 모든 형사사법정보를 통합된 D/B로 관리하는 독점형 통합형사사법망사업, 그 사법권력의 빅브라더 육성이 착착 추진되고 있습니다(법원은 위험성을 인식하고 연계형으로 전환).
그럼에도 테크노크라트들의 그럴듯한 기술적 왜곡, 검찰의 막강한 추진력에 맞물려, 일부 국회의원과 인권단체외에는 심각성도 모르고 있습니다. 기술인력으로 참여했던 경찰은 아우성을 쳐도, 기관으로서의 경찰청은 그저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 빅브라더가 탄생하는 날, 경찰 역시 종범입니다.
언론과 서프에도 가끔 출현했던 이름들,,,죽림누필, 김영일, 장신중, 황운하, 이들은 소영웅주의자들이 아닙니다. 저따위는 흉내도 못낼 정도로, ‘시민을 위해 좋은 경찰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실현하는 사람들입니다.
남보다 더 수줍움을 타곤하는 이들이, ‘검사의 말엔 경찰은 무조건 복종하라’는 체제가 비도덕적 경찰을 만듦을 조금이라도 문제제기하고자 명령에 불복종했고, 이로서 기소되고 유죄판결되고 비난받을 때, 경찰청은 따뜻한 조직적 응원도 없었고, 그저 냉담한 응시와 인사좌천 뿐이었습니다.
그동안 부당한 흐름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병을 얻어 쓰러지기도 했고, 감찰대상자가 되거나, 인사조치되었습니다.
경찰이 스스로 그렇게 주장했던 수사구조개혁논쟁은 몇몇 발룬티어와 활동외에 공식적으로는 지난 1년반동안 거의 없었습니다.
이게 현재의 경찰내 정책결정층에서 지난 1년반동안 생긴 일입니다.
중요한 사항일수록 정책결정층들은 시민에게 이롭기보단 권력과 마찰하지 않는 것을 택하곤 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권력의 굴종’탓에 이번 보복사건 초반 어찌해야할 지 모르고, 허둥대다가,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맹렬한 수사로 수사를 결착지어, 다시 이제 우리도 이만한 일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수 있었던 그 순간,
내부의 과오도 스스로 감당하는 모습으로 경찰이 권력들의 부작위적 압박이 아닌 시민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명제를 실천해주길 바랬습니다.
이제라도 ‘권력에의 굴종을 끊고, 주체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던 이순간 또 처리를 상층부로 진상하는 모습에 앞서말한 그간의 정책결정들이 떠오르며, 전 진정성을 느낄 수 없습니다.
시민들의 ’자기 제어 능력없는 경찰에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제가 생각할 때 이건 좋은 해법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현장경찰에게는, ’이러니, 巨惡에 대한 사항은, 건드리는 사람이 운없는 것이고, 안 만지는 것이 이롭다‘는 또다시 되풀이되는 관행에,
앞으로도, ’상사는 보고 안받는게 장땡이며, 시한폭탄은 계단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정말 폭탄을 들 힘도 없는 현장의 근무자들에게,
“어쨌든 니들이 책임져, 잘 끝나면 공은 우리 것, 조금이라도 과오(그것이 고의에 입각하지 않은 수많은 선택의 변수속에서의 시행착오조차)는 몽땅 너네 잘못이야‘하는 흐름이 고착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역량의 부족으로 설명이 제대로 안되네요. 혜량해주시길,,)
물론, 희망도 있었습니다. 좋은 경찰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트들이 활성화되었고, 그곳에서 눈팅을 하면서, 저의 감수성이 많이 빗나간 것이 아니라는 위안도 얻었습니다.
이번 사태,,,, 외롭지 않기 위한 의견의 토로가 특정 집단의 파워과시로 묘사되는 프레임이 아연합니다. 그것이 일종의 분할지배(devide and rule)의 일환으로 의도적인 정보보고와 제공이라면 참으로 엘리트들의 부박함에 씁쓸할 뿐입니다.
성심껏 토론하며 말씀드리면 누구보다 이해해주실 것 같은 노통께, 의도를 갖고 상황을 집약한 보고서로 편집당하는 현실이 안습입니다.
기자실에서 서로 담합해 ‘팩트의 야마’를 맞추고, 프레임을 설정한 후, 거기서 벗어나는 기자를 따하면서 의제를 왜곡해버리는 언론이 신물이 나서, 노통의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적극 지지했는데, 미워하면서 닮는다더니, 공무원도 비슷하네요
쑥스럽지만, 전 경찰을 사랑합니다.
제권력에 눈치를 보며 시민를 위해 다가가야할 경찰정책들을 지연시키는 경찰내 정책결정권자들에 대해 무조건 미워할수도 없어 한숨쉬고, 그 직하에서 논리로 치장하여 보좌하는 6두품들을 동정합니다.
현장에서 탁월한 실력으로 정말 정의를 실현하시는 분들을 우러러 존경합니다. 권력집단에겐 별로 중요한게 아니겠지만, ‘내가 오늘 도둑놈(사기꾼) 하나 잡았어’라며 자기 일에 긍지를 가진 분들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3교대 순찰근무에 종사하시며, ‘시킨대로 다 하면 죽어’(이거 진짜 힘듭니다. 사망률,질환율 정말 높습니다. 시민을 위해 더 잘하기 위해 합리적 패턴개선이 시급합니다) 라며 젊은 후배에게 요령을 가르치는 선배님들을 이해하고,
이제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자존심 때문이라도 나는 제대로 할 것이다’라는 젊은 분들에게 미래를 봅니다.
그러나, 그런 젊은 분들에게 급격히 희망을 빼앗는 우리 나라 제권력들의 경찰예속과 이로써 경찰정책과정상의 의사결정구조가 아주 밉습니다.
그 권력들에의 굴종이 경찰과 시민사이에 계속 간극, 짧은 말로 설명이 안되는 아픈 간극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경의선이 열리고, 기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꿈을 꿉니다. 평화가 한반도를 관통하고, 진정으로 자주적인 국가로, 동북아에 오롯히 설 날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런 흐름이 결코 꺽여서는 안되기에, 그래서 정치면을 보는 마음은 안타깝고 조바심납니다. 대한민국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사는 것은 다이나믹하고 행복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찰이기도 한, 저는 마치 창문밖은 빛나건만, 어두고 습한 방안에서, 시민에게 가야 할 경찰이 제 권력들에의 예속에 비틀리며, 시민과 여전히 멀어진 아프고 아득한 간극이라는 악몽에 시달리는 기분입니다.
뱀발. 글이 너무 길어 죄송합니다.(능력이 부족하여). 제 인식 역시 많이 엇나간 걸수도 있겠죠. 때리시면 맞겠습니다.
그러나, 다시 설명과 반론을 드리는 글을 쓰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잘못된 프레임에 따라 잘못 판단하신 속에서, 그것을 빌미로, 내부를 공고히 하고자는 후폭풍이 몰아져, 경찰인 뿐만 아니라 자연인으로서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대해 강한 철퇴가 내려질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하시는, (혹은 너무 사랑하셔서, 간혹 안티도 있으신^^;) 죽림누필님께서도 이번에 큰 아픔을 겪을실 것같아, 사실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