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현상과 대응

(수사구조개혁논쟁 중) 대한민국 검사를 존경했습니다.

미리해치 2010. 6. 8. 15:11

05년 5월에 서프에 쓴 글이다.

 

지금 보면 참 처연하고, 구질구질까지 감성에 소호하는 내용이라 낯이 뜨겁기도 하나,

 

당시 경-검 간 논의의 진행은 모욕에 가까울 정도로 경찰의 자존심을 다치게 했기에,

 

나름대로 울분에 겨워, 쓰게 된 글이다.

 

그때 그런 심경을 많은 분이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탓인지 감사한 박수를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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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사님을 존경했습니다. (05. 5. 4 서프라이즈)

 

퓨즈처럼 타 버린 나의 존경심, '공복의 주인'이신 국민께서 지켜봐주시길,,,

 

 

대한민국 검사들을 존경했습니다. 

 

저야 사법고시 도전할 생각도 없었지만, 약관의 나이에 높은 뜻을 두는 기개와 이를 뒷받침한 지력과 의지력은 당연히 존경의 대상이라 생각했습니다.

 

 ‘스물 살 나이에 잠깐 법조문 몇 개 외워 딴 자격증’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이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불평에 불과한 것,,,,

 

한 순간의 승부일지언정, 그 승부를 이겨낸 이를 존경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허나,,,, 형사사법체제 개혁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을 보며, 이제껏 제 존경심을 낭비해왔던 게 억울해졌습니다.

 

‘견제’, ‘균형’, ‘실질적인 국민 권익’,  ‘권한과 책임일치’ 등 경찰 논거에 비해,

검찰의 현 체제 고수 주장 내용은 ‘검찰은 우수하고, 경찰은 열등하니, 우수한 검찰이 지휘해야 한다’ 이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고도의 법률적 판단할 수 있는,,,,’, ‘법관의 지위에 준하는,,,’ 등등,,, 표현도 다양하더이다... 

 

아 참, ‘퇴직후 변호사를 할 수 있기에 직업적 안정성이 있어 보다 중립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까지도 있더군요

 

 

전 말이죠....‘내가 너보다 우수해'는 당신의 자부심 앞에,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저도 경찰서에서 동료직원들의 사건기록을 검토하는 실무관리자입니다.  전문 교육을 받았고, 좀 더 어려운 시험도 봤습니다. 

 

검사의 ‘不’ 지휘 앞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결재이지만, 법적용이 차이가 있는 것 같으면 상의해서 수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현장의 동료들보다 ‘우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할의 차이일 뿐입니다.

 

무식하다고요?  모른다고요?

 

저 곳,,,관할지청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계신,,, 얼굴 한번 뵌적 없는 검사님들,,,

 

 

설 전날, 아들 부부는 돈벌러 나가 몇 년간 소식 끊기고, 손주 밥지어주기 위해 쌀 한되를 훔친 노할머니를 입건해야할 때 느끼는 삶의 신산스러움이 가슴에 와 닿으세요?

 

산동네 독거노인이 외로이 사망한 현장에 나갔더니,,, 이 분은 결코 외롭지 않았으며

화장실 하나를 10가구가 번갈아 써야 하는 빡빡한 형편에서도, 옆집 소녀가장들이 끼니를 챙겨줬었고, 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끼리 일을 그만두고 모여, 당연히 장례는 우리가 치르겠다고 하는 걸 보면서, 산동네를 내려올 때, 느껴지는 서글픈 희망 같은 게 실감이 나세요?

 

잔혹한 강도를 유사 수법 전과자 십만명의 사진과 몇 달동안 미친놈처럼 비교해가면서 찾아낸 동료에 대해, ‘진짜 무식하게 잡았네, 에라이~’라고 말하면서도 대견해 하는 심정은 이해되십니까?

 

기약이 없는 잠복을 계속하다가, 겨우 사건을 마무리짓고, 그 성취감을 느낄 시간도 없이

다음의 사건을 준비하기 위해, 서둘러 동료들이 정리해오는 사건기록을 보면서

 

저는 함부로 ‘틀렸네, 무식하네’라고 말할 배짱은 없습니다...

 

그걸 살펴보는 게 '제 역할'인 겁니다.

 

 

우리와 너무나 멀리서 우릴 ‘지휘’하고 계시다는 검사님들,,,

 

인권위, 부방위 같은 외부 감독기관에서 ‘최근 10년간 가장 극적으로 바뀐 조직’이라고 칭찬해주는 경찰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결코 ‘님들의 지휘’에 의해 조직이 혁신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이는 국민들에게 조직을 100% 오픈해가면서 모든 비판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안팎을 청소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 기관의 자기절제, 청렴성, 성실성, 준법성은, 이렇게 시대 앞에 몸을 드러내고 비판받으면서 스스로 깨닫는 것이지,

 

‘무오류하며 절대선이라고 자처하는 다른 국가기관’의 지휘 하에서 길러지는 게 아닙니다.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명시하고, 경찰과 검찰이 상호 협의하여 수사한다’는 경찰청의 ‘원가’에 불과한 주장을 사력을 다해 거부하면서도,

무슨 ‘엄청난 양보를 했다’며 침도 안 바른 립서비스만을 하고 있는 검사님,,,

 

이렇게 혁신된다고 해도, 경찰권한이 막대하게 늘어나는 게 결코 아니라, 현재 하고 있는 경찰수사의 법규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뿐이며,

 

‘결정적인 변칙운영’이 불가능하게된다는 오로지 한 이유임을 저도 알고 님들도 알고 있습니다.

 

법규상 ‘수사의 주체’가 아닌, ‘수사의 보조자’라고 해서 저희가 법규상 무능력자라고 해서, 실제로 무능력자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지방에서 겨우 잡아온 미성년자 고용 윤락행위 포주에 대한 구속영장을 ‘도주우려없음’ 단 한 줄로 기각해시키는 검사의 ‘지휘’에

‘아, 정말 도주우려 없겠구나, 역시 검사님’이라고 감복하여 복종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인신매매된 여성을 구매하여 감금 폭행한 모 전문직 인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관할(같은 서울 내 다른 구)로 이송할 것’이라는 ‘지휘’에 대해,

법규상 무능력하니, 실제로도 무능력하게 아무 생각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보조자에 불과한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서 시민을 지키다가, 칼을 맞고, 죽고 쓰러질 때, '수사의 주체'이신 검사는 대체 '무슨 지휘'를 해주셨습니까?

 (며칠 전에도 서울 한복판에서 칼에 찔려 중태이며, 오늘 아침엔 눈을 맞아 실명위기..ㅠ.ㅠ)

 

검사도 판단할 수 있는 머리를 갖춘 사람이며, 경찰관도 판단할 수 있는 머리와, 준수해야 하는 법규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둘 다 정상국가의 상식에 입각한 시민이란 말이죠.

 

 

제 꿈은 최선을 다해 공복으로서의 만족할만한 생활을 끝내면,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 모시고 농사지으며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는 겁니다.

 

그런데,, 이 꿈을,,‘변호사 자격이 없어 퇴직후 안정감이 없어 중립적인 판단을 못한다’며 비웃는 님에 대해,

 

그간 님에 대해 품고 있던 존경심은 과부하에 퓨즈 타버리듯 날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그간 논의는 님들의 사력을 다한 호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사개추의 형소법 개혁 논의도 님들의 괴력에 ‘극적 타결’되셨다구요.  역시 축하합니다.

 

검사의 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어 이를 제한

하겠다고 했더니, 대신 비디오 녹화에는 절대적 증거능력을 부여한다구요?

 

또, '앞으로 검사가 공판정에서 피고인의 유죄 입증을 증언해야 한다는 의무화' 역시 '경찰관도 증언할 수 있다'고 끼워 넣으셨죠?

 

모 교수님의 말대로,

 

여태껏 법정은 멀쩡한 피고인을 앞에 앉혀두고, 피고인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피고인의 조서만을 돌려읽는 만화방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비디오방이 되겠’군요

 

영양가없는’ 공판정에서의 검사의 법정증언이 귀찮아서, 경찰관도 할 수 있도록 추가시켰으니

 

앞으로는 경찰관이 법정 출석하여, ‘이 사람이 범인으로 인정되는 증거는 무엇무엇이며..’라는 진술을 하겠군요. 

 

세계에서 가장 명석하신 검사님들, 세계 형사사법사상 신기원을 여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이제  "한국은 검찰이 수사하고, 경찰이 공소유지(공판정에서의 피고인 유죄입증)를 한다"고 전 세계의 구경거리가 되겠습니다. 

 

두 번의 평검사 회의가 이 쪽팔린 사태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역시 검찰 공화국,,

(지금 보니, 그나마도, 반발이군요,,, 대체,, 당신들은,,)

 

님의 괴력에, 언론에서는 관심조차 기울여주지 않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도무지 저는 낙관적인 기대를 할 수 없습니다. 

 

이제, 또 다시, ‘검사는 사법경찰관을 지휘한다’, 이 한마디 절대 명제 하에서

 

검문소에서 정복 순경이 검사님을 몰라봤다는 이유로, 경찰서 과장들,, 검찰청으로 ‘올라오라’고 호통치고,

 

방범 순찰중, ‘즉시 올라오라’는 한마디에 달려갔더니, 조사중인 피의자를 앉혀둔채 ‘우리끼리 밥좀 먹고 올 테니 지켜보고 있어라’는 ‘지휘’에 뻘쭘하게 앉아,,

 

‘아저씨 식사는 하셨어요?’라며 물어,, 같이 짜장면 시켜먹는 따뜻한 장면을 연출하고,,,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체포되지 아니한다’는 헌법정신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예산으로 쓰여질 벌금 미납자들을 잡아들이라고, 숭고한 검사님의 명의로 하루에도 수

천장을 공익근무요원이 프린터로 찍어내는 형집행장 내세워,

 

젊은 순경들은 증말 하기 싫다는 말, ‘아저씨 벌금 내기 전까진 못 내보내 드려요’라는 말을 반복할 것이며,

 

(모 지방 검찰청에서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냈더군요.  벌금 미납자의 집 앞에 ‘귀하의 집에 벌금 받으러 왔다가 못 받고 갑니다.  이 명령서를 보시면 즉시 ’**경찰서‘에 연락하여 벌금을 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붙여두라는,,,,,

아,, ‘인권의 수호자’이며, ‘법의 대표자’라는 검찰이여..)

 

 

또, 연말이면, 세계유래없이 키워놓은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관내 수사과장들을 소집하여 ‘송치사건 감소 대책보고’라는 이름으로,

 

‘수단 방법, 죄종을 가리지 말고 모조리 시민들을 입건하여 검찰로 보내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생계형 불법들을 대거 입건해야겠지요....

 

 

존경했던 검사님, 이제 저희는 간단하게 '복종'하긴 어렵겠습니다.

 

남들은 어찌 보듯, 저희는 이 싸움을 시민들에게 이익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시작하였고, 검사님께서는 한사코 확전을 거부하셔도, 저희는 계속 외쳐야 갰습니다.

 

국민의 생활을 직접 강제하는 경찰과 검찰이 사이좋게 ‘타협’과 ‘상생’해서는 대한민국을 진정한 정.상.국.가.로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휘’라는 이름으로 ‘입을 다물라’고만 하지 마십시오

 

 

‘공복의 주인’이신 국민들께 말씀드려봅니다.

 

2차 대전 전 식민국가였던 나라 중에서, OECD 가입 선진국으로 '압축 성장'해낸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또 이 중 민주화 투쟁 주체로서 정치권력을 교체해낸 나라로, '압축 성숙'시킨 나라도 대한민국밖엔 없습니다.

 

조훈현 이전의 바둑,,  히딩크 이전의 축구,,,  박세리 이전의 골프,,,  김진호 이전의 양궁,,,,, 모두 불신의 벽을 넘어선 경계점이었습니다.

 

지금 저희에게 ‘독자적인 발언권’ 이것마저 부여해주시지 않으면, 경찰뿐 아니라, 이 나라의 형사사법체제는 서서히 아무말도 못하고 몰락합니다. 

 

오늘 이 순간, ‘경찰,, 아직은,,,’이라는 우려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면 영영 ‘진도’를 나갈 수가 없습니다.

 

이 훌륭한 국민들을 모시고도, 부패지수 41위밖에 만들지 못하는,,, 평균점수 왕창 까먹는 특정집단끼리의 집단교배를 그저 지켜봐야 합니다.

 

 

은퇴 후 고향에서 농사짓고 독서하고 싶은 저의 소박한 꿈을,

 

‘퇴직후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 중립적 판단을 못한다’고 먹칠하는 이에게

 

그저 ‘검사인 당신도, 경찰관인 나도 상식에 입각한 정상국가의 시민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끔,

 

 '공복의 주인’이신 국민께서 두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