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과 수라
만화를 자주, 많이 읽었다... 요새는 조금~ 뜨음하지만,,
일본인들의 상상력은 아주 발칙한 데가 있어서,
만화를 보다가 경탄하게 될때가 많다.
모든 것은 자본의 논리라, 일본 최고 세금납부자 랭킹안에 만화가, 소설가가 들어가는 풍토,,,
즉, 대중문화 창조자에게 넉넉한 수익이 배분되는 것이, 아마도 그러한 상상과 창조를 끌어들이는 것 같다.
게다가 일본만화의 내용과 분위기는 견고하게 안정되어버린 사회로 인한 반작용으로 각종 도발적 상상이 만개하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회적 계층이 확고하게 자리잡혀 변하기 어렵고,, 전후 한 정권이 거의 단절없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며, 국제외교상으로도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에 속박이 강하여 움켜뛸 수 없는 여건은 우리보다 훨씬 심했으면 심하다고 본다.-
그런 풍부한 상상력을 담은 만화 중, 몇년전 읽었던 '견신'(犬神)은 개의 몸을 하고 나타난, 異界에서 온 심판자와 또 그를 이용하고자 하는 흑막뒤의 권력자, 견신과 인간을 지키고자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인기작이다.
그 만화책에 주인공 소년의 캐릭터,, 평범한 듯하면서도 현실에 무던히 적응치 못하고,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풍부한 감수성이 있으며, 또 세상을 몽환적으로 관조하는,,,,, 본질을 설명코자,,,
만화의 도입부에 소년이 읽는 시가 등장한다.
이 시는 일본의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유일한 시접 '봄과 수라'의 서문인데
미야자와 겐지라는 분 역시 범상치 않은 분이라,, 1933년 몇개의 동화와 단 한권의 시집을 남기고 사망하였을 뿐이나,
겐지의 시와 동화는 그 쓸쓸함과 애잔함, 그리고 잊어버린 향수를 반추하는 힘이 있어 여전히 많은 일본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그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은, 일본 애니의 클래식 명작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를 제공했다.
미야자와 겐지의 詩, '봄과 수라-序' 중 일부를 소개한다.
'견신'안에 소개된 이 시는 스토리와 아무 직접적 연관은 없으나, 매우 강한 인상을 줘,
도시 속 생활이 쓸쓸하고, 덧없음에도 그 및에 차가운 情이 흐르는 듯한 복잡다단한 마음이 들때
생각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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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하는 現象은
가정된 유기교류전등(有機交流電燈)
하나의 푸른 조명입니다.
(모든 투명한 유령의 복합체)
풍경과 모든 것과 함께
황급히 명멸해가며
반드시 머무르기도 합니다.
인과교류전등(因果交流電燈)
하나의 푸른 조명입니다.
(불빛은 변함없고 그 전등만 사라져)
모든 것은 나와 같이
명멸하고 모두가
동시에 느끼는 것으로
지금까지 유지돼온 것입니다
명암의 교체는 일단락되고
그대로 심상을 스케치 합니다.
이들에 대한
인간이나
은하계나
삼라만상이나
이것들은
22개월의 종이와 광물질 잉크를 통해 관통해
(전부 나와 함께 명멸하고 모두가 동시에 느낀 것들)
지금까지 계속 보존되어 오던
그늘과 빛의 한 구절마다
말 그대로의 심상 스케치입니다.
이 시들에 관해서 사람들과
은하와 수라와 성게는
우주먼지를 먹거나 공기와 소금물을 호흡하면서
각각 신선한 존재론(存在論)도 사색하겠지만
이 시들도 필경 하나의
마음의 풍물입니다.
다만 확실히 기록된 이들 풍경은
기록된 바 그대로의 경치이고
그것이 허무라고 한다면
허무 그 자체로서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 모두에게 공통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어 전부인 것처럼
전부는 각각의 안에 있는 모든 것이므로)
그렇지만 이들 신생대 충적세(沖積世)의
거대하게 밝은 시간의 집적 속에서
당연히 바르게 전사(轉寫)되었을 이들 언어가
그 아주 작은 한 점에도 균등히 존재하는 명암(明暗)속에
(또는 수라의 십억년)
이미 빠르게 그 구성과 성질을 바꾸어서
나도 인쇄인(印刷人)도
그서을 변화되지 앟은 것이라고 느끼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우리의 감각기관과
풍경과 인물을 느끼는 것처럼
그래서 단지 공통적으로 느낄 뿐인것처럼
가족이나 역사 또는 지구사(地球史)라는 것도
그런 여러 자료들과 함께
(인과의 시공적 제약(制約)이 원인이 되어
우리들이 감각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이천년이 흐른뒤에는
그에 상응하는 다른 지질학이 유용(流用)되고
상응하는 증거또는 차차 과거로부터 나와
모두들 이천년전쯤에는
푸른 하늘 가득히 무색의 공작새가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신진(新進) 대학자들은 대기권의 최상층
눈부시게 빛나는 빙질소(氷窒素)가 있는 곳에서
멋진 화석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백악기(白堊紀) 사암(沙岩)의 층면에서
투명한 인류의 거대한 발자국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모든 명제는
심상과 시간 그 자체의 성질로써
사차원 연속체(連續體)안에서 주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