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보며 느낀 점

어머니, 저는 해냈어요

미리해치 2010. 6. 8. 14:39

 

 <어머니, 저는 해냈어요>

며칠전 친지분의 초대로 놀러가, 그 집 손님방에서 자다가, 잠이 오지 않아, 서재에 꽂혀있는 책을 허락도 없이 꺼내 읽은 책이다.

대우기계공업 근무하는 ‘명장’(몇년전 정부가 산업기술분야의 우수 기술과학자를 발굴하여 수여했던 칭호-아마도,, 정확히는?) 김규환의 이야기는 옛날 MBC의 ‘성공시대’에서 인상깊게 봤었다.

책으로 읽은 스토리는 더 생생했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며 모든 땅과 재산을 포기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감자,고구마를 캐먹으며, 겨우 먹고 살다가, 어머니의 와병에 따라 저자는 도시로 나온다.  굶어죽고, 얼어죽을뻔 했다.  고생의 보람도 없이, 어머니가 허무하게 죽자, 어린동생을 두고 죽으려 하다가, 맘을 고쳐먹고 대우중공업에 사환으로 취직한다.

저자의 삶은,, 뭐랄까, 뭐든 ‘목숨걸고’ 살았다고 보여진다. 사환일도 목숨걸고 잘 할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돈이 없어 회사밥으로 살았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회사가 너무 감사하고 좋아서, 회사일에 미쳐살았다(저자의 종교는 ‘대우기계공업교’이며, 밥을 먹을때마다, 하나님과 부처님, 천지신명님께 ‘대우기계공업’의 발전을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이 사람은, 장비를 개발하고, 신공법을 연구할때도 죽고 살듯 하고, 남들 중고등학교, 대학교 갈 때 못갔기에,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도 몰라, 전력투구했다.  아버지 병구완하고, 그 와중에도 저축해서 아파트 사려고, 새벽3시에 일어나 어시장에서 배달뛰고, 6시부턴 24시까지 회사일하고, 겨우 세시간 잤다고 한다.  세시간 자야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세시간 자고도 괜찮을수 있는지도 연구했단다.

어찌보면 참, 구질구질하다.  아주 궁상을 떨고 살았다.  그러나, 비웃지 못하겠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맨 손으로 밥먹고 살고, 먹고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기술하나라도 남보다 나아보려고 몸부림치고, 한숨 돌린 후엔, 학과공부, 외국어공부하고, 애키우고 화목한 가족을 갖는 것도, 남보다 적게 가졌었기에, 자신의 재능과 시간, 노력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전력투구한 것이다.  그러기에, 좋은 부모님과 좋은 학교를 다니고, 좋은 친구들 속에서 넉넉히, 감사하게 자란 우리로서는 그저 오늘 이순간의 방종과 나태가 부끄럽다.  주인공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와 천자문을 공부한 방법도 그러기에 별 것이 아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한꺼번에 익힐 재목이 안된다고 알고 있기에 어제 ‘天’ 한자를 외웠으면, 오늘은 ‘天, 地’ 두자를 익히고, 내일은 ‘天, 地, 玄’을 공부하는 식으로 하루에 한자씩 반복하며 늘려갔다.  머리를 과신하지 않는 반복학습과, 시간낭비 하지 않는 성실이 몸에 배인 분이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회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연구 노력하며 기술적 난관이 생기면, 미친듯이 매달렸기에 꿈에서 해법을 찾기도 부지기수였다. 

해야 한다고 결심한 일은 남눈치 안보고 한 듯하다.  미친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목욕못하고 옷 못 갈아입어, 냄내가 진동하면서도, 기름더미 기계뭉치속에서,, 해결되는 날까지 몇 달 몇 년 회사에서 살았고, 돈 빨리 모아 아파트산다는 목적달성을 위해, 손님눈치안보고, 손님대접한 내역과 가격을 벽지에 커다랗게 빨간 매직으로 썼기도 했단다. 

그래서, 김규환의 오늘도 있었고, 이름모를 김규환들의 노력으로 ‘기술입국’, ‘인재입국’의 대한민국의 오늘도 있다. 

그러나, 굶어죽는 사람은 거의 없는, 넉넉한 시기가 되었음에도, 대신에 ‘모든 걸 던져 꿈을 이루는 열정’은 웬지 촌스러워져 버린 시대가 된 듯하다.

자신의 깜냥에서, 손에 닿는 일을 하고, 약간만 떨어져 있어도, ‘불합리한 세태와 형평성을 잃은 사회’를 냉소하며 단념한다.  많이 배우고, 많이 소유한 사람들도, ‘최선을 다하지 않음으로서 최고가 되지 못하는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모든 것이 갖춰진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모른다.  절박하고, 또 진정으로 원하는게 있다면, 그 욕망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력투구해야 한다.  욕망을 터부시할게 아니라, 바른 욕망을 발굴해내고 그것을 위해, 세상과 스스로를 위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쌓아올린다면 정말 박수받을 일이다.  그것을 위해, 한시도 쉬지 말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이 후회없는 생활이라는 걸 되새기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