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만화 이야기
음식과 요리, 사랑에 대한 만화들
음식에 대한 요리를 좋아한다. 맛있는 것을 먹는 걸 좋아하지만,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 사람 사이의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음식만화는 그래서 따뜻하고 착하다.
주인공 아들의 성장사를 10년넘게 보여준, 이젠 모두 우리 동네 이웃같은 <아빠는 요리사>
언제 봐도 따뜻하다.
일본의 중견도시 하카다 시, 중견 무역회사 일미 과장과 그 가족들, 직장동료들의 이야기
처음엔 주인공 일미의 아들이 초등학생 때일 때인데, 벌써, 대학생이고,
주연급 조연인 전중 도 결혼하고, 아이를 둘 나았다.
대학교 때쯤 처음 본 만화가 130권을 넘어가고 있다.
전중이 좌충우돌 직장생활을 하던 1권을 봤던게,, 대학생 때였는데, 내 나이도 벌써,,사십대를 넘었으니
어쩜 ‘전중’과 비슷하게 늙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삶과 함께 흘러가고 있는 이야기이다.
하카다 시에서 일어나는 일미와 전중 그리고 주변 어른들과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가끔 다른 도시, 다른 나라도 등장한다.
하지만, 시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으며, 어른들의 생활이지만,
불편한 소재는 전혀 없다.
음식에 문화나 역시나, 환경의 이슈도 넣지 않는다.
이 점에는 ‘맛의 달인’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맛으로 일본 사회를 관통해주겠다! <맛의 달인>
마찬가지, 100권째를 넘어가는 일본 만화
<아빠는 요리사>가 난이도 중상급의 가정요리를 표방한다면, <맛의 달인>의 최고 실력의 장인, 최상급의 재료를 사용한 ‘최고의 맛’을 추구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치’나, ‘고급’이 아니라, ‘주어진 여건에서 최고의 맛을 대접하는 정성’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어서 ‘단순히 과시’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가장 뛰어난 맛은 무엇인가?’고민하는 에피소드도 여러 번 등장하고, 일본 문화 의 ‘접대의 미학’, ‘일기 일회(일기 일회)의 철학’과 닿아있기도 해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은 신문사 문화부 기자 지로와 그 짝꿍인 유우코가 ‘맛있는 음식, 뛰어난 식문화’를 취재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이다. 연재 초기에는 ‘진정한 맛, 음식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완벽한 메뉴’라는 특별 기획을 시작하게 되고, 여기에 라이벌이 등장한다. 바로 지로의 아버지이자 일본에서 손꼽히는 미식가/요리사/서예가/도공인 ‘우미하라’. 둘 사이에는 오래 쌓인 애증과 오해가 있다. 그 감정이 ‘요리 대결’의 형태로 연재 중반까지 이어진다.
등장하는 여러 주제와, 또 지역별 메뉴들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음식문화, 그리고 향토 문화들을 보여준다. 새삼 일본이 영토적, 역사적으로 대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제길)
100권을 넘어가는 대작이니 만큼, 부자간의 애증은 중기 이후로 해소되어 가고, 지로-유우코의 결혼과 자녀 출산을 계기로 부자는 화해하고, 이제 양측이 화합하여 일본의 식문화의 미래, 환경 재앙에 대한 노력을 합심하는 이야기로 변모한다. 아쉽게도 이쯤되자 ‘이야기로서 재미’는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국내 번역 출판 주기도 띄엄띄엄해졌다.
정서, 맛, 정보, 서사의 최고급 종합 선물 세트 <식객>
허영만님의 야심작이었다. 아마 한국판 ‘맛의 달인’같이 100권을 넘어가는 시리즈를 목표하며 시작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32편에서 끝났다. 허영만님도 많이 아쉬우셨던 듯, 그런 소회를 밝히셨다. 저변에 깊은 일본의 출판 역량에 비해, 우리나라의 연재 사정이라던가, 만화 시장 자체가 얇다. 최근 웹툰이 발전하고 있으니 기대해볼 일이다.)
주인공은 트럭으로 식재료를 유통, 판매하는 ‘성찬’과 잡지사 음식 기자 ‘진수’, (합하면 ‘진수 성찬’^^)
우리 만화에서 음식에 대한 서사를 이 정도의 규모, 깊이, 길이로 거의 처음 시도라고 생각한다.
성찬과 요리 라이벌 봉주의 기본 갈등 축은 있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이 각종 음식과 식자재를 놓고 흘러간다. 아마 좀 더 긴 연재를 했더라면 좀더 중심축이 넓고 단단해졌을 텐데, 30권을 넘는 정도로도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이야기는 ‘홍어’이야기였다.
음식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기본이고, 지역(목포, 흑산도, 영등포)에 대한 묘사, 고된 여행을 통해 아들이 어머니를 이해하는 이야기가 완결성이 높았다.
가장 먹고싶었던 음식 편은, 여름 '하모'편, (바다 갯장어), 호사스러운 음식, 귀한 음식이기에 내내 그 맛을 떠올리며 침흘리며 봤다.
긴 연재를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야기 한편 한편의 깊이과 구조는 앞선 두 일본 만화보다 훨씬 깊었다. 이런 이야기를 길게 소개하지 못한 우리 시장이 아쉽다.
최고로 맛있게 그리는, 그러나 묘한 차가움을 내포한 <오므라이스 잼잼>
웹툰 만화가, 디자이너, 가수(황신혜 밴드), 저술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 조경규의 만화다
오므잼은 벌써 여러 시즌을 안정적으로 이어 지고 있다.
음식만화라고 분류되는 것도 살짝 미묘하다. 조경규와 부인, 두 아이의 일상을 다루는 일상툰이기도 하고, 한 음식의 유래에 얽힌 이야기라던가, 몇가지 이야기를 결합하여 한편을 만들어낸다.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기자기하게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재미(상황 묘사)과 지적 쾌감(음식의 유래와 설명)을 결합한 그림들은 언제든 보기 즐겁다.
예컨대, 은영이가 인터넷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슨 색이냐'는 소리에 '초록색'이라는 답변에 '녹차라떼'를 떠올리는 전개는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또 녹차라테의 맛이 느껴지는 달콤함이 느껴진다.
가족의 이야기를 항상 한축에 깔고 있기에 따뜻하지만 난 묘하게 세상과 자신의 구역을 나누는 단호한 냉정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대중의 평범한 관념으로 부터 거리를 유지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예술가의 숙명일수도 있다. 하지만, '실은 난 그리 따뜻한 사람은 아니에요. 근데 얼핏 봐선 안 그런 것 같죠?'라는 작은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 아쉽다.
그러나, 음식을 맛있게 그리기는 아마 우주 최강일듯! 멍하니 보고만 있어서 군침흐리는 경험이 여러번!
도시 뒷편의 어른들의 동화 <심야식당>
일본만화-한국만화 왔다가 갔다 하는 뒤죽박죽이긴 하나 음식 만화 얘기를 하며 <심야 식당>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빠는 요리사'와 '맛의 달인'이 요새 뜸한 연재 주기를 겪으며, 그냥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면, '심야식당'은 드라마로도, 책으로도 다양한 컨텐츠로 응용되는 주목받는 인기 만화다.
언제나 이야기의 시작은 대거 비슷하다. 밤에만 영업하며 고정 메뉴는 한두개 밖에 없지만, 뭐든지 요청하면 적당히 만들어주는 심야식당이 주무대이고, 거기에서 자주 만나는 단골손님들의 애환을 소개하는 구성이다. 밤에만 영업하는 식당 답게, 스트립댄서, 게이바 종업원, 조폭, 만화가, 등이 단골이라, 짠한 얘기들이건만, 웃지 않을 수 없는 그림체와 유머들을 담고 있어서, 따뜻하고 유쾌하다.
손님들끼리 대부분 일상 대화가 가능한 알만한 동네-가게라는 것도 심야식당의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다. 즉, '공동체', '마을'이 살아있는 거리에서 운영되는 식당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비록 만든 이야기이지만, 일본에 비해 우리 사회는 '공동체'가 와해되어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된다. 하긴 일본에서도, '잘 쓰어진 어른들의 동화'일수 있다. 그러니 '따뜻함을 찾은 어른들에게 인기를 끄는 비결'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