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보며 느낀 점

지리산 종주 시도 (중단까지의 메모)

미리해치 2010. 8. 30. 21:22
1. 지리산 종주, 8년만의 재시도

지리산 종주, '크게 어려울게 없다'하면서도 인연이 잘 맞지 않은 셈

처음은 94년 겨울, 산악부 선후배들과, 올랐으나 노고단쯤에서 몇주 전 다친 발목 부상이 아파져 홀로 하산
두번짼 2000년 여름.  혼자 올랐다.  종주 전체는 성공했으나, 짐을 공연히 많이 담아, 무릎이 상해버렸다.  (여전히 산행때마다 골치)
세번째는 2002년 여름.  연화천쯤에서 무릎아파 중단 (그럼에도 짐 많이 싣고 갔다)

이상 경험삼아, 올해는 '짐 최소한-취사하지 않음', '1박 2일만에 주파'를 정하고 올랐으나, 결론은 기상때문에 중단
과정을 메모한다


2. 금요일 낮 짐을 쌌다
취사하지 않음.  최소한. 이라 정했으나, 여전히 많이 담아버렸다.  참치캔, 소세지 육포, 사과, 바나나, 양갱, 사탕, 땅콩, 소주 한병(쓰면서도 챙피하다)  그리고 침낭, 긴팔 상하의와 양말1개, 비옷, 베낭커버, 등산스틱 2개, 

3. 금요일 밤 출발 - 지리산 도착
수원역에서 11:20분 구례구행(2만원),  03:30 구례구 도착, 택시로 성삼재 이동(1만원) 04:10분 성삼재 도착, 

4. 산행 시작 
<성삼재-노고단>
04:20 성삼재는 깜깜, 바람 강하게 불었다. 베낭속에 긴팔 상하의를 꺼내 입었다.  랜턴 살까 말까 고민했으나 없었음 낭패할뻔, 
성삼재-노고단 어두운 길 걸어 올라갔다.  흠좀무
노고단대피소 도착, 바나나, 소세지 등으로 새벽 식사

<노고단-이하 사진은 그냥 펌>

<노고단-연하천>

05:30 노고단에서 짐 다시 챙겨 출발, 조금씩 밝아올 듯하나 여전히 깜깜,  걷다가 등산스틱 아랫부분이 빠진 걸 뒤늦게 알았으나, 찾을 수 없어, 짝짝으로 등산,, 그래도 스틱의 고마움을 느꼈음(무게분산, 균형잡기 등 무릎 부담 줄이는게 아주 효과적)

임걸령쯤 가는데 전방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일출 시작, 비안개 탓, 해는 보지 못했으나, 공기가 발갛게 피어오르는 느낌은 나름 몽환적이었음

임걸령,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을 그저 비안개를 헤치며 잠시 내려보고 걷고, 도착해서 잠시 보고 또 걷고의 반복
(비, 안개 탓, 여유있게 전망 감상할 분위기는 아니었음.  아쉬운 한편 그것두 나름 운치있다고 자위함)

2002년 여름엔 어디쯤 가다가 중단했더라? 계속 궁금했는데, 아마도 연하천 쯤이었던 듯

연하천 닿기 직전 꽤 긴 내리막 계단이 나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릎이 소릴 지르기 시작했다.  전에보단 체중이 3~4킬로쯤 줄었고, 짐이 약간 가벼웠기에 견딜수는 있었으나, 이때부턴 통증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11:00경 연하천 도착, 참치캔, 소세지 등으로 점심 요기하고, 벽소령을 향해 출발

<연하천-벽소령>
이정표상 연하천-벽소령 거리는 1시간 반, 벽소령-세석 까지는 4시간거리인데
연하천-벽소령 2시간 반 가까이 걸렸다.

체력고갈, 무릎통증, 계속 물아치는 비 때문

비안개가 가득한 등산로 바윗길을 걷다보면 무언가 치열한 듯한 고양감과 육체적/심리적 피로사이를 왔다갔다했다.  으슥한 등산로에 '곰출현 주의'경고가 반복되어, 점차 무섭기도 ㅋㅋ


점차 힘들었다.  오전 일정이 다른 산행기보다 1시간~30분 가량 짧았기에, "이러다 오후에 세석은 당연, 장터목까지 가버리는 것 아냐 ㅋ"했는데, 택도 없었다. 힘들었다 

몸에서 힘은 빠지는데, 고개는 점차 가파르고, 간혹 높은 바위고개에 달린 '매달려 올라가는 밧줄'이 나올때마다,,, '맞아,, 여기 와봤었지, 그때도 힘 빠지는데 잡고 겨우 올라갔어'라고 한숨쉬며 기억해냈다.

매고 온 짐은 거의 먹거리탓에 무겁고, 체력 유지를 이유로 한시간에 한번씩 꼬박 꼬박 10분씩 쉬며, 소세지, 사과 땅콩 등을 꺼내먹었다.  먹는 힘으로 겨우 겨우 벽소령까진 도착, 이때가 13:30

마음은 갈등이 가득했다.  1.계속 세석으로 갈것인가?  2.여기서 하산해버릴 것인가?  3. 벽소령에서 쉬었다가 세석까지 가는데까진 내일 갈것인가,,,,

무릎아파, 힘은 빠져, 그만두고 싶은 순간에 벽소령이 눈앞에 보이자, 마음 상태가 급 반전! "좋아, 남자가 간다고 했으면 끝까지 가봐야지, 좀더 쉬었다가, 세석으로 go!'라고 외쳤으나,,,,,,,,,

상황은 '호우특보로 인한 세석방향 진행 등반 통제'였다....  (등산로에 바리케이트 차단,,)

기분은 당혹감과 안도감의 혼합,,,(ㅠ.ㅠ,, + ^^;;,, 라고나 할까,,,)


<벽소령-음정>
벽소령 대피소에서 함안 음정마을로 하산했다.  2시간거리  에효 힘들어라

음정마을에서 17시 함안행 버스(3600원), 함안에서 18:30 수원행 버스(17500원)을 타고 상경

집에는 11시 도착했다.


<정리>
여전히 무릎 상태는 좋지 못하다.  근력을 키우고, 산행시 스틱, 무릎보호대 준비 
짐은 최대한 가볍게,  이번에 준비한 짐 역시 무거웠다. 1/2이면 충분!
(고열량이라면 소량으로 그만, 과일등은 무거웠다. 패착)

침낭, 매트리스 준비하되, 우천대비 비닐포장 필요, 베낭커버했으나, 젖어서, 숙박했더라면 낭패했을 듯

이상, 이제 다음 산행은 완주 해보자

고단했지만, 나름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