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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무박 종주(성삼재~백무동)

미리해치 2020. 9. 21. 12:04

n번차 지리산 종주했다.

금요일 밤 음주 여파, 토요일 오전 게으름에 젖은 낙엽처럼 쇼파에 붙어 있다가 충동적으로 정했다.

토요일 밤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로 출발하고, 백무동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기로



3년 전인가? 화대종주를 하다가 번아웃된 기억 때문에, 에너지바 초코바를 몽땅 샀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7월에 생긴 성삼재 직행 버스를 탔다(23:50~3:50),



3:50, 성삼재에서 출발했다.

지리산 입산 환영은 언제나 노고단 하늘을 빛내는 별빛이다.

날씨에 따라 많고 적고 하지만 여지없다.



오늘의 별빛은 진하고 풍성했다. 별무리가 쏟아지는 하늘 아래를 걷는 행복감은 어마어마하다.


(노고단 은하수 : 구글검색해서 '좋은 생각님' 홈페이지에서 퍼옴)



노고단까지는 금방 올랐다. 체력 게이지도 빵빵했다. 이대로라만 무난할 것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노고단고개를 넘어 산길에 접어들며 어려워졌다. 새로 산 랜턴의 빛이 약했다.

'빛이 있다' 정도 일뿐 발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발을 자주 헏딛었다. 자주 다쳐서 발목이 약한 편이다. 자주 헛돌았다. 새로 산 등산화가 가볍고 접지력이 좋았지만 발목까지 감싸주지 못했다.

설상사상, 스틱 한개가 부러졌다. 당혹;; '뭐가 잘 안되려는건가?' 긴장했다.



트레인런 하는 50대(?)쯤의 여성 분이 빠른 속도로 앞질러 달려갔다. 그 강한 불빛과 투지를 따라 심기일전, 쫓아갔다.

5시30분 넘어서자, 밝아지기 시작했다. 일출은 7시 넘어라던데 1분1분 지날 때마다 급격히 밝아졌다



별빛에 이어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새벽 여명이 짧게 모습을 보여주었다.

짙은 푸른색, 밝은 노랑까지 섞인 프리즘 하늘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지리산 여명 : 구글 검색, 이성영님 홈피)



삼도봉 다다렀을 때 하늘은 아침이었다.

아직 해만 뜨지 않았을 뿐. 커피 한잔 마시고 서있는 찰나 동그런 해가 동쪽 봉우리에서 단단히 솟아 올랐다.


(삼도봉 일출 feat 인증 얼굴;)





별빛-여명-일출, 지리산 종주 1막의 아름다움 삼대장을 감사히 영접했다.

이제 부지런히 걸을 때다. 연하천까지 빠른 걸음으로 통동 걸었다.

바람이 찼다. 서서 쉬며 음식 꺼내먹기도 여의치 않아 걸으면서 에너지바, 소세지 썹었다.




걷는 동안 생각들이 발걸음마다 올라온다.

'나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것인가', '무엇을 계획하나', '잘될 것인가?'

'이슈는 무엇인가?', '어찌 해결할까, '누구롸 상의할까'

필요한 생각이겠지. 산 속에서 걷는 동안 떨치지 못한 일상사를 또 생각한다.



몸은 정직하다. 걷기에 집중하지 못하면 발을 헛딛는다. 생각을 정돈하자.

깊고 높은 산속에서 걷는 동안 잡상에 매여 있는 건 얄팍하다.

최대한 멀리 둬야 한다. 나의 일은 내가 아니다.

주어진 일을 즐겁게 하고 살면 그뿐이다. 주위사람과 잘 지내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이미 성공이다.

결과는 찾아오는 우연일뿐, 좇아야 할 것은 과정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파란 하늘아래 넓게 펼쳐진 전망을 보며 갔다.

벽소령-세석은 1박2일 종주의 후반부라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벽소령-세석 구간 : 이성영님 홈페이지)



1시간 3km 유지하려 했다. 시간을 유지하려 멈추지 않으려고 했다. 힘이 빠지고 숨이 차면 먹을 것을 꺼내 씹었다. 다행히 페이스는 떨어지지 않았다.



세석-장터목 구간은 능선의 가장 높은 지점이다. 여러 봉우리들이 이어져 서로의 절경을 조합해서 보여준다.

그 지점들을 볼 때 에전 같이 걸었던 추억을 반추하며 웃었다.



하윤이와는 1박2일로 갔다. 피부트러블, 화장실 문제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묵묵히 함께 가줬다. 별을 처음 봤다고 했지, 산속에서 옷옷을 벗고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도윤이는 고개가 여러번 이어지면 힘들어했다 엄마가 보고싶다고 울기도 했다. 그리도 웅장한 전망과 일출에 감탄해줬다.



작년 석진, 혁일,근복과 함께한 종주가 재밌었다. 종주 처음이라 긴장하고 무거운 배낭, 긴거리에 몸들이 놀랬다.

그럼에도 '친구들과 함께 한 산행'은 무슨 시시한 소재로도 웃음이 터진다. 그 때 우리의 주된 웃음 소재는 화장실, 술, 기타 잡다한 모든 것이었다.


장터목이 보인다.

걷는 동안 스마트폰을 비행기모드로 해뒀다. 대피소에서 잠깐 가방정돈하며 모드를 바꿔 연락을 확인한다. 일, 가족,친구, 지인들. 선의와 애정을 가진 이들과 대화는 항상 힘이 된다.

오늘은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천왕봉을 딛고 다시 돌아와야 한다. 함양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어떤 방법으로 귀경할지 정하지 않았다. 망설여진다. 내가 좋은 것, 하고픈 것도 타인의 호의에 너무 기대면 서로 힘들다는 것을 자주 겪은 나이이다. 여건이 힘들면 단념해야 한다.



천왕봉을 향해 마지막 고개들을 오른다. 슬슬 종일 가동한 무릎, 발목이 신호를 보낸다. 안되었지만 오늘은 예전보다 좀더 걸어줘야 한단다.




천왕봉 인증, 수회 왔어도 bac인증은 처음이라;;

천왕봉에서 선 기분은 '장했다', '잘했다'정도이다. 저 멀리 노고단을 바라보면 저기에서 여기까지 걸어온 자신을 대견해한다.




이성영님 홈피에서 퍼옴 : 천왕봉에서 바라본 노고단 (오른쪽 저위 머언, 높고 뾰족 봉우리)



천왕봉에서 장터목으로 돌아오고 처음 걸어보는 백무동으로 하산했다.

내리막은 언제나 힘겹다. 관절과 균형에 부담을 준다. 거의 체력을 소모한 터라 한발한발 근육들이 소리를 낸다.

그래도 백무동길은 중산리보다 안정감이 있다. 경사가 덜져있다.

천왕봉에서 백무동하산까지 7.8킬로를 2시간 30분안에 내려오려고 서둘렀다.



힘이 달리면 단 것 싶었던 것도 그만뒀다. 종일 단만 나는 것을 종일 오물거렸더니 입이 피곤하다.

발목,무릎의 엄살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걷자. 좋은 하루였지 않나, 마무리 시점에 '언제 끝나나' 투덜대지 말자.


백무동에 내려왔다. 16:40, 간단히 씻고 버스에 올랐다. 17시, 함양 도착 17:45, 다시 출발하는 18시까지 시내 한바퀴를 돌았다. 동네 슈퍼에서 맥주 한캔을 사서, 슈퍼 앞 테이블에 앉아 마셨다. 함양 와보고 싶었다. 이름만큼 따뜻한가?




진짜 감사한 일이다.

소망하는 것을 누릴 수 있는 몸이라는 것

희구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더 준비하자



다음엔 겨울쯤 화대종주로, 함양에도 하루쯤 머무리면서, 느긋하게

 


시간

일정

비고

23:50

동서울터미널-성삼재

29,200원

03:50

성삼재

04:26

노고단 대피소

(+36분)

06:20

삼도봉, 일출

1시간 54분

07:55

연하천 대피소

1시간 35분

09:22

벽소령 대피소

1시간 28분

10:14

선비샘

52분

11:34

세석

1시간 20분

12:57

장터목

1시간 23분

13:56

천왕봉

59분

16:45

백무동 버스터미널

2시간 49분

17:00

백무동(~동서울터미널)

32,900원

먹은 것 : 에너지바 큰 것 7개, 작은 것 6개, 양갱 3개, 소세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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