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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립자, 미셀 우엘벡 본문

읽고 보며 느낀 점

소립자, 미셀 우엘벡

미리해치 2010. 6. 8. 14:56

1. 실속없이 바쁘고, 바쁜 일상속에 마구 휘발되는 것 같은 삶이 아쉬어, 네이버 독서클럽에 가입했다.   며칠전 독후감 소모임 개최할 예정이라며, 주제자료인 프랑스 소설가 '미셀우엘벡'의 <소립자>를 읽었다.  일이 너무 바빠, 결국 참석하지 못했지만, 아주 흥미있는 책이었기에, 소개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2. <소립자>, 미셀우엘벡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작가는 "'인간'은 생래적 욕구들 때문에 결코 행복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듯 하다.  두 주인공 '브루노'와 '미셀'은 욕구의 과잉과, 의사소통의 단절속에서 결코 행복감을 느낄 수 없는 삶을

산다.

 

두 사람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인다.  둘은 아버지가 다른 이부형제로,,둘의 어머니는 자유로운 섹스(?)를 지향하는 히피집단으로 떠나버린다.  브루노의 아버지는 돈을 벌어들이는 성형업과 여성편력속에 브루노를 방기한다.  미셀의 아버지는 미셀을 할머니에게 맡긴체, 시사적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중국으로 갔다가 실종된다(사회적 참여욕구, 표현욕구 때문에 가족을 방기하는 것도 이기적인 욕망이다)

 

둘은 각자의 할머니들 손에서 '부모의 사랑'이라는 근본이 결핍된 상태에서 자란다.  두 할머니는 손자들을 위해 '희생'(그들의 부모는 방기했던)하지만, 브루노와 미셀은 결코 행복해지지 못한다.

 

브루노는 둔한 외모때문에 남자애들에겐 린치,모욕당하고 여성들에게 외면받는다.  미셀은 과학분야에 천재적 재능을 발현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교류를 마음 속에서 배워나가지 못하는 황폐한 사람이 되고 만다.

 

각자의 어두운 성장기는 그들의 생활을 크게 비뚤어놓는다.  브루노는 결혼하여 아들을 낳지만 가족에게 애정과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채 이혼한 후 성매매,섹스에 탐닉하고, 미셀은 어떤 감정적 발현도 느끼지 못하면서 그저 연구에만 몰두한다. 

 

둘의 나이, 서른, 둘은 각자의 절망,,수치심으로 얼룩진 그 슬로 모션의 세계, 존재와 존재가 별들 사이의 텅 빈 공간만큼이나 막막하고 허허로운 공간에서 마주치기만 할 뿐 그들 사이에 어떤 관계도 맺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세계(브루노의 세계)에서 자신을 구해줄 것만 같은 여자를 각각 만나지만, 그녀들은 죽는다.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에, 갑자기 송두리채 앗아가는 절망은,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지독한 아이러니,,,  

 

욕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타인에게 스스로에 대한 상처,,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것'이 지독하리만큼 냉혹하고, 또 그렇기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이 소설의 주제일까??

 

“…나는 내 젊음의 종말을 견딜 수가 없었어. 내 아들이 자라 나 대신 젊은이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어. 내 인생은 망쳐버렸을지언정, 내 아들은 제대로 살도록 도와주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나는 다시 하나의 개인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브루노의 독백)

 

“단자單子로 돌아가고 싶어했구나…….”(미셀의 공감)

         “어쩌면 슬픔이라는 말로는 모자랄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감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완전히 황폐해진 상태였다고나 할까요? 나는 늘 그가 삶을 버거워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생기나 활기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요. 내가 보기에 그는 자기 연구에 꼭 필요한 시간만 견뎌 낸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가 얼마나 애를 썼을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지요.”(미셀을 평한 미셀의 동료)

 

미셀은 연구를 통해, '타인에게, 스스로에게 불행을 줄 수 있는 각종 유전적 욕구(?)'를 제어해버린 표준유전자의 발굴과 그것의 무성생식을 통해, '신인류'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신인류'를 후예로 선택한 인류는 서서히 자기 멸종을 준비해가며, 이 소설은 끝이 난다. 

 

 

3.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노골적인 '드러냄'을 중심으로 쓰여진 소설에 대해, '원래 사는게 그렇잖아?', '무얼 새삼스럽게..'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 소설 속 '외로움'은 오히려, 강한 '희망에 대한 욕구'다.

 

  사람은 진정으로 고독한 존재다.  타인을, 특히 가족을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랑이 내 '신체적 자존'(곧 죽음)과 일체할 수 없기에,, '사랑받고 사랑하는게 내 몸 속으로 들어와 언제나 함께 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계속 노력한다.  그리고 희생한다.  하지만 일탈도 하고, 그 속에서 아슬아슬, 가끔은 대견하게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미셀의 할머니는, 평생 가족을 위해, 남편과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었고, 말년에는 불쌍한 손자 미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다.  그렇기에 작가는, '인류에 대해 연구하는 이들은 반드시 이러한 여성의 존재-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기는-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4. 요새 계속 '사는게 무엇일까?'를 반추하게 되는 삼십대의 중반, '인간의 해결할 수 없는 욕구와 고독감'에 대한 소설, '소립자'는 '삶 속에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켜나가야 하는가?', '충족되지 않는 욕구의 발현'은 '어떤 황폐한 귀결'인가,,,에 대한 Case Study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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