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호 : 스마트치안, 경찰데이터 A&R을 위한 공부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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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며 느낀 점

숨고 싶은 집

미리해치 2014. 5. 16. 16:32

1. 세상의 독에 중독되지 말자

 세월호의 참사 이후,  세상이 더 암울하고, 앞날이 비관적으로 보인다.   머리 속에 그런 비관을 곰씹는 시간도 늘었다.   마음 놓고 크게 웃고, 높게 즐거워 하지도 못하고 있다. 


<오무라이스 잼잼>의 작가 조경규님은 뉴스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조언하신다.  진짜 세상은 그런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눈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이럴때는 세상의 독에 나 역시 중독되어 버린 게 아닌가, 자괴스럽다.  <맛의 달인> 주인공 지로는 정치인 비리를 폭로한 정치인 비서가 맛있는 식사시간에도 정치이야기만 하는 것을 일침한다.  "넌 정치의 독에 중독되어 있어!" (읽는 방향 : <---) 


그래 나도 '세상의 독', 또, '그 독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너무 물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해독할 수 있으려나?   


2. 이럴 때 고마운 분의 선물로 읽게 된 책이 있다. <숨고 있는 집 (우연수집가 지음)>


인테리어라니, DIY 내 집 꾸미기라니, 스스로 고르지는 않았을 책이다. 

예전부터 미적감각은 물론, 손재주는 젬병이었다.

문제풀이로 테스트하는 고교시절 적성평가는 각 직업군별로 별 다섯개에서 별 0개까지 순번을 매겨주는데, 내 결과는 대부분의 문과군 직업군에 별2~3개가 고루 포진되어 있었다.  별 한개로 가장 낮았던 직업군은 치과의사, 보석세공사 등 섬세한 손재주가 요구되는 장인류의 직업. 문제풀이로도 이런 측정이 가능하다니 감탄, 납득, 좌절했었다.  (별 4개로 가장 높았던 직업군은 '종교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느낀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머리 속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두 손이다. 

작가는 집을 고치며, 스스로의 삶은 바꾼다. (안정된 직장을 조용히 나와, 공방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8인용 식탁을 목공하여 지인과 친구들을 초대하고 마당에서 파티를 연다.  화단을 만들어 해바라기를 키우고, 그 씨를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에게 '보물찾기'라는 이벤트로 나눠준다.  

목공으로 같은 집 주민들께 우편함을 만들고, 고양이집을 만들어 길고양이를 초대한다.


 그래, 귀한 일은 다 손으로 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쉽게 마음을 열게 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편안한 미소, 잡아주는 따뜻한 손, 혹은 가만히 건네는 술 한 잔,
작은 엽서에 적은 한 줄의 싯귀, 책갈피에 넣어두었던 마른꽃잎 한 장, 너를 기억한다는 따스한 음성…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묵은 설거지를 하고 마른걸레로 싱크대 위를 윤나게 닦으면 마음이 상쾌해진다. 세탁기를 돌릴 때 보다 햇빛 좋은날 빨래비누로 치대어 말갛게 헹군 하얀 블라우스를 바지랑대 걸쳐 널 때 마음이 착해진다.

그 착한 것들은 다 맨손으로 하는 것들이다.
그냥 맨 손, 그렇게 맨손으로 그 애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슈리슈바님의 글 ; 나의 조카, 풍운아 중에서)


난 아름다움에 둔감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젬병이다.  그러다 보니 세상을 글자로 접하고, 정보로 재구성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정보에 대한 탐닉을 넘어 중독에 미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조그만한 역할이라도 하게 할 수 있나?


정보로 세상을 접하는 것은 결국, '주어진 정보의 틀 속에 나 자신을 국한'시키고, '안전한 정도의 쾌락', '통제된 쾌락'에 물들이고, '주어진 프레임의 분노, 좌절, 납득'에 주저앉힌다.  벗어나야 한다.

아빠로서 살아가는 삶은 이제 세상을 아이의 눈으로도 보게 만든다.  몸으로 부딪히지 않는, 무언가를 손으로 만들지 않는, 아빠는 나중에 무엇으로 기억될까? 


몸을 움직이고, 부딪히고 접하는 것이 삶이다.  기계를 끄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내 손을 움직이는 땀으로 다시 삶은 채우자.   그것이 진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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