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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범죄 대응) 도덕적 원칙과 제도-수사 구조 개혁

미리해치 2017. 3. 1. 22:01

직업이 경찰이고, 맡은 업무가 '범죄 분석 기획'이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범죄의 의미'에 대해 자주 생각해 본다. 최근 우리 사회가 고전적인 강력범죄(살인, 폭력, 성범죄, 강절도)가 아니라 경제범죄(사기,횡령,배임이나 각종 규칙 위반)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강절도 등 전통적 강력범죄에 대한 기술적 대응이 잘 되어가면서, 점차 해당 범죄는 줄어들고 있다.(관련 게재 글)  이는 국가와 사회가 기술/정보/제도를 활용하여 개인을 통제하는 발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런 기술/제도/정보를 운영하는 측의 활동과 이를 통한 재원의 배분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그런 측면의 범죄 대응에 더 높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1. 세계 금융위기('08년~'09년) 이후 도덕성 회복에 대한 자성 들

세계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치는 2009년 세상을 떠난 노벨 평화상 수상자 노먼볼로그를 애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확량이 많은 밀 풍종 개량을 통해 수백만명의 생명을 살렸다.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에도 멕시코 들판에서 농업 생산성을 늘리는 필생의 과제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의 신념과 도전은 경제적 보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생전의 노먼 볼로그)

그에 반해 월 스트리트의 금융귀재들을 비교해보라, 그들은 천문학적 인센티브로 막대한 보상을 받았고, 그런 동기 부여 체제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기적인 탐욕으로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갔다.   (행위를 비교했을 때 진정으로 높은 생산성은 무엇인가?') 

같은 취지에서 2010년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 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바츠는 '세계의 경제와 정치에 대한 도덕적 프레임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보고서에 소개된 전 세계 10개국 13만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는 응답자의 2/3가 '이번 위기가 윤리와 도덕성의 위기'라고 답변 했다는 것이다.  (이상 '혼창통'에서 인용)


2. 경제적 양극화, 부의 편중-불균형으로 인한 노동 교환 윤리 훼손 

 이러한 위기를 조성하고 윤리 관념의 기반을 흔든 원인 중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부의 편중'이 극단적으로 심해 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까지 소득집계는 국내 소득 상위 10% 집단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인 48.5%까지 치솟았다. 즉 상위 10%가 우리 나라 부의 절반을 갖고 있는 것이다. (관련 보도)  




세계적으로는 더 심하다.  최근 30년(1988~2011년)동안 세계 최하위 10%의 소득은 1인당 연평균 3달러씩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최상위 10%의 소득은 1인당 1만1800달러(약 1400만원)씩 불어났다. 반면, 세계인구의 50%에 해당하는 재산을 가진 사람이 지난 2010년엔 전세계 최고 부자 388명이더니, 2011년 177명, 2012년 159명, 2013년 92명, 2014년 80명, 2015년 62명으로 매년 줄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8명으로 줄었다. (관련 보도)


전 세계 8명이 세계 인구 50%만큼의 재산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부의 휩쓸림 현상은 하나의 상수가 되었고,'부 자체가 부를 파생하며, 재화의 편중이 극단적으로 치우치니, 공정한 노동가치의 교환이라는 윤리가 흐려진 것이 아닐까?




3.경제적 규범 회복이 경제 발전의 조건

 

그런데,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동에 대한 법규와 윤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경제가 위축되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사회적 신뢰'를 강조하며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바로 신뢰의 차이이다.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이 급격하게 커져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할 것이다.

올해 1월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브라질 검찰총장 자노 총장은 부패수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노 총장은 기업인 세미나에서 "부패수사는 투자자들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법적 안정성을 높여 더 많은 투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낸다"면서 "부패수사는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1.19자 연합뉴스 보도)

최근 우리 나라도 이런 측면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은 바로 한국 특유의 정경유착인 '재벌'이라고 보도하고, 따라서 모처럼 특검이 재벌 총수들을 제대로 단죄하는 행보를 보인 것은 수십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재벌개혁에 청신호가 켜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관련 보도 Foreign buyers bet on South Korean reforms)



4. 경제 범죄에 대응하는 수사 제도는 적정한가?

그렇다면 최근 현상의 긍정적 부분을 지속가능하게 해야 할텐데, 우리 나라는 경제 범죄를 공정하게 수사할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가?  이 논의에 이르면, '수사 구조'의 얘기를 하지 않을수 없다.

한국 검찰의 독점적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 독점권, 기소편의주의, 헌법에까지 규정된 영장 청구권은 공정한 경제범죄 수사에 대한 견제와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비교할 대상조차 없는 슈퍼 울트라 독점 권한의 검찰이다.  

모든 것을 자기 맘으로 할 수 있는 주체가 스스로의 양심과 고결함에만 담보하여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언어 도단이다.  이런 제도로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경제 범죄'대응이 불가능하다.

이런 취지를 주장하는 경제 분야의 전문가도 있다.   때 월스트리즈 저널에 '세계경제를 이끌 15인'에 선정된 적 있던 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변양호씨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창의와 열정을 잃었다.  한국 젊은이들이 불쌍하다'고 토로햇다.  기자가 그 해법을 묻자 '공정한 경쟁과 법앞의 평등'을 제시하면서, 다소 국외자들에겐 비약적 전개로 느껴질 수 있는 '검찰 개혁'을 해법으로 말했다.

'세계에 이런 검찰은 없다. 한국 검찰은 누구든 잡아넣을 수 있고, 누구든 봐줄 수 있다.  자의적 법집행이 가능하고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법앞의 평등을 위해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변양호씨)


실은 변양호씨 개인이 기획재정부 시절 정책에 대해 검찰의 표적 수사로 거의 1년간 구속되고,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고충을 겪었기에 서글프게 체감하게 되었으리라 (그는 이 과정을 책으로 기록하여 “권력이 센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 수도 있고, 그래서 나 같은 희생자도 나온 것”말했다-관련 보도)


국가 경제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정책 운영을 맡았던 사람이, 결론은 '검찰 개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걸 보면, 이제 '검찰 개혁'은 사법 제도 논의의 일부분 정도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심각한 질병을 치료하게 하는 근본 과제가 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맺으며) 간디가 말한 '나라를 망치는 7가지 사회악'은 다음과 같다.

원칙 없는 정치 (Politics without Principle)
노동 없는 부 (Wealth without Work)
양심 없는 쾌락 (Pleasure without Conscience)
인격 없는 교육 (Knowledge without Character)
도덕 없는 경제 (Commerce without Morality0
인간성 없는 과학 (Science without Humanity)
희생 없는 신앙 (Worship without Sacrifice)

1930년대의 인도가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이다.  

한국 사회가 경제 범죄에 대해 '도덕의 원칙'을 환기하고, '독점적 수사 구조'를 개혁하여 '부유함이 공정하게 배분되고 유통되길 희망한다.  고결한 규범만을 세우기 위해 그러자는 것이 아니다. 서민들이 땀흘려 일하는 노동의 대가가 잘 교환되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그러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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