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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운용과 변화관리/대중의 정보인식

정보기술 발달로 인한 대중의 진실습득력과 판단력

미리해치 2010. 6. 30. 23:46


훌륭한 글을 공짜로 퍼올수 있는 것에 무임승차의 죄송감을 느낀다
퍼온 글은 민족정론 딴지일보 논설우원, 존경하는 파토님의 글이다.

님께서는 이번 월드컵을 숱하게 먹칠한 심판 오심을 지적하며, 이젠 그간 보수적인(오만하기까지 한) FIFA가 고수해온 '심판 유일의 판정'이 아니라,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자고 이야기하고 계시다.

예전엔 비록 오심일 가능성이 높아도, 대중은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전적으로 심판의 역량과 선수의 양심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의 발달한 TV중계와 막대한 시설투자는 심판을 제외한 전 지구인이 실시간으로 규칙 위반 여부(애매하다고도 할 수 있는 파울 제외)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런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심판-사실은 FIFA의 판정에 대회의 전권을 맡기는 것은 '비민주적'을 넘어 '진실 호도'에 다름 아니다.

그렇듯, 정보기술의 발달은 대중에게 정보습득력과 판단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결정권'은 전혀 대중에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

대중은 이미 다 알 수 있음에도, 대중의 관측을 애써 무시, 그간의 권위에 의한, '진실호도적 결정의 독점권'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어떤 분야 든 왜소하고, '정의'라는 시대 정신에 반한다.

※ 가장 원시적이기에 가장 에너지 집약적인 축구에 대한 뜬구름 생각치고는 지나치게 엄숙한지도 모르겠지만, 파토님의 글이, (언제나 그렇듯) 대중-기득권의 결정권에 대한 쟁탈 양상을 생각하게 해주시는 측면이 있어 끄적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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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제 비디오 판독 좀 하잔 말이다!


2010.06.30 수요일

파토

 

 

1986멕시코 월드컵.

 

전세계인의 관심의 초점은 아르헨티나의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에 쏠려 있었다. 그가 과연 명성만큼의 경기력을 월드컵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 지, 펠레의 뒤를 이은 진정한 축구 황제로 등극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이 쏠려 있던 거다.

 

그리고 포틀랜드 전쟁으로 앙금이 깊던 잉글랜드와의 4강전, 열분들이 잘 아는 신의 손골이 등장한다.

 

 

 

 

우원은 이때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사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위의 영상만으로는 손에 닿은 건지 머리에 닿은 건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보다시피 드리블에 이어 패스를 주고 받은 마라도나는 홀로 최종 수비선을 지나 쇄도했고, 주변에 공격수도 수비수도 없는 상태에서 순식간에 골키퍼와의 1:1 상황이 되었다. 와중에 골키퍼의 손과 마라도나의 몸과 치켜든 손, 머리 등등이 뒤범벅이 되어 같이 뛰던 선수들조차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여하튼 주심은 골을 선언했고 영국 선수들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번복되지 않았다그러나 이 골은 분명한 핸드볼 반칙이었다. 아래 스포츠 기자가 찍은 결정적인 사진 한 컷이 모든 걸 말해 준다.

 

 


 

주심이 못보기도 해겠지만 한편 이런 반칙이 무의식적으로 용인된 것은, 잠시 후 같은 경기에서 등장한 아래와 같은 신기를 가진 마라도나의 능력에 대한 존경심이 작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것이 축구 못하는 나라가 아니라 종주국 영국을 상대로 행해졌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으니 말이다.

 

 

 

 

요건 그냥 덤... 

 

 

그나저나, 이때 우원이나 당시 해설자, 그리고 시청자들 모두가 신의 손을 확신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당시만해도 중계 카메라의 앵글이 지금처럼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저 위 영상과 다른 앵글 하나 정도를 봤던 기억인데(하도 옛날이라...아닐지도 모름) 그 화면으로도 손에 맞았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었으니. 방송에서 아무리 반복해서 보여줘도 도무지 모호하고 머리인지 손인지 파악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경기 후 이너뷰에서 기자들이 마라도나 본인에게 손에 맞았는지 아닌지 확인 질문을 퍼부어야 했다. 그리고 바로 이때 마라도나의 대답 속에서 나온 말이 신의 손(La mano de Dios)’이었다. 아마 며칠 후에는 저 위의 명백한 증거 스틸샷이 나왔겠지만, 디카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 저걸 현상하고 어쩌고 하는 작업은 이미 경기가 끝난 한참 후였을 테니, 그것 역시 현장에서의 증빙 자료는 되지 못한 셈이다.

 

암튼 신의 손이 아닌 위대한 축구영웅 마라도나의 손을 빌어 벌어진 세기의 반칙, 그리고 세기의 오심 사건은 마라도나의 초인적인 실력에 운까지 결부되어 다소간의 낭만이 뒤얽힌 축구사의 전설이 되어 버렸다.

 

영국으로서는 조낸 억울했겠지만.

 

 


 

 

그런데, 과연 지금도 이런 전설이 나올 수 있는 시대일까.

 

2010년 현재, 월드컵 같은 큰 경기의 생중계에는 경기장 지붕지미집이라는 방송용 크레인까지 포함해 수많은 카메라가 한꺼번에 돌아간다. 따라서 이 카메라들이 커버할 수 없는 앵글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즉, 86년 신의 손 때와는 달리 이젠 반칙이나 오심 상황이 벌어진 즉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자들이 굳이 당사자에게 손이 닿았는지 아닌지 머 그런걸  물어서 확인할 필요도 없다.

 

이건 달리 말하면 이제는 심판의 오심을 전세계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심판만 뺀 수백, 수천만 명이 상황발생 즉시 진실을 알게 되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전 같은 심판의 권위에 대한 믿음이나 신의손 같은 모호함이 만들어내는 전설은 더 이상 생겨날 수 없다. 명백한 진실이 눈에 보일 때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심판을 존중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오심도 경기의 일부 운운하면서 이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고 고집하는 피파의 입장은 열라 비윤리적이기까지 하다..

 

왜 비윤리적이란 말까지 등장해야 되냐.. 그건 어쩌다 한번도 아니고 거의 일상적이다시피한 (이번 월드컵만 유달리 그랬던 건 아닐거다. 그저 우리가 몰랐을 뿐)  오심과 판정에 대한 고집이,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과 거짓이 뒤바뀐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축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진실은 언제나 하나다. 골 아니면 노골, 오프사이드 아니면 온사이드, 코너킥 아니면 골킥, 핸드볼 아니면 아닌거심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는 몸싸움에서의 파울 여부뿐이다.

 

그런데도, 명확한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상황에조차 모른척하고 넘어가라는 것은 양심과 진실에 대한 강제고, 거짓이 확실한데도 무조건 복종하라는 것은 피파의 권한을 넘어서는 오만이다진실을 아는데 그것이 권위에 눌려 반영될 수 없다는 것, 피파의 고집과 심판의 권위는 모두가 확인한 진실보다도 위에 있다는 것

 

이런 것은 그저 지난 시대의 잔재일 뿐, 스포츠맨십도 축구의 전통도 아닌 구태에 불과한 거다.

 

그 결과... 이 꼴들을 봐라.

 

 

 

 

 

 

 

 

 

 

 

 


 

상황이 이럼에도 지난 29일 피파는 대변인 니콜라스 메인곳을 통해 문제의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 대형 스크린이 문제’라는 궤변을 펴기에 이른다. 오심 장면을 경기장 스크린에서 명확히 보여준 것은 '실수'고 그 '이유'를 조사하고 있단다. 이런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피파라는 조직이 얼마나 보수적인 곳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스크린이 보여준 것은 그저 실제 벌어진 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심판들의 오심은 진실이 강제적으로 은폐되면서까지 존중되어야 한단 말일까...? 가카와 한날당마저 떠오르는, 본말이 전도된 이런 억지 주장이 반복되고 있기에 이제 심판의 실수나 무능을 넘어 모종의 거래에 대한 음모론까지 슬슬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 아니냐.

 

이건 아니지 않냐는 거다.

 

암튼 이번 월드컵에서 현행 심판 판정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전통을 중시하는 관점에도 마냥 정이 안가는 건 아니다. 그 옛날, 사실의 파악과 정보의 한계가 명확하던 시대에는 그게 낭만과 전설을 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정보와 진실의 공유라는 세계적 흐름은 이제 축구에 있어서도 대세고, 따라서 판정에 있어서도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들을 적극 활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고집은 21세기도 중반을 향해 가는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하다. 승패는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공정함은 피파의 낡은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진실에 근거해야 의미를 지니는 거다. 오심이 경기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지배하게 된 이 시점에서도 이를 무시하려 든다면 그건 선수와 감독, 관객을 싸그리 무시하는 피파의 독선과 아집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추신: 월드컵 기간 동안 축구글 하나도 안쓴 우원이지만 이 부분은 단지 축구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끄적여 봤다. 진실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 그런 걸 스포츠에서까지 느낄 이유는 없기 때문. 가카 치하에서 살기도 힘든데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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