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호 : 스마트치안, 경찰데이터 A&R을 위한 공부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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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견뎌야 할 시간

미리해치 2010. 6. 8. 14:27

1. 기형도, <편지 15>중에서


      어제는 거대한 폭풍(暴風)이 있었다고 했다.
      나는 상상 속에 거대한 태풍(颱風)의 나무를 생각했다.
      그 바람으로 만든 둥글고 강철같은 이파리..
      구름사이로 누군가 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너였다.
      너는 어둡고 세찬 바람 속에서 작고 가느다란 양초를 들고 있었다.
       분명히 불꽃은 심지에서 타고 있었는데 너는 자꾸만 성냥을 그어대고 있었다.
      이것봐 성냥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중얼거렸다. 너는 그것을 듣지 못했다.
      어둡다. 대낮이다.
      이봐, 힘을 아껴봐. 난 벌써 잉크가 떨어지고 있다.

 

 

2. 쓸쓸한 심정에서 기형도의 시를 메모한 옛날 수첩을 꺼내 읽었다.

 

10년 이상 경찰을 했고, 그중 수사부서에서 7년, 경비부서에 3년 있었으며, 수사중에서도 수사조직 운영과 개선에 대한 일을 4년 했다. 

 

직장생활 오래하다보면, 나름대로 직장에 대한 관(觀)과 바람도 생기게 된다.  지금 현재 나의 바람은, 경찰수사능력이 일취월장하여, 국민에게 믿음을 주길 바라고,

 

특히 이 사회에서 범죄와 부패, 비리라는 것의 수사라는 게, 사실상,'법'이 지향하는 진실보다는 금력과 각종 권력(정치/사법/종교 등)간의 파워게임과 기득권 확보 속에서 적당히 들춰지고, 재단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희생되는 현실이 개선되기 바란다.

(그러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중 하나가, '경-검'간 수사구조의 개혁일 것이고,,)

 

특히나, 살인강절도 등 소위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한편, 그런 범죄자들도 또 다른 비극적 희생자들이기도 하고)

 

재산범죄, 권력형 부조리에 대해서는 경찰수사의 위치도 확실치 않고, 그렇기에 뭐, '진실의 발견'이랄까,, '정의의 실현'이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떨때는 굴종하고 어떨때는 유착하고, 어떨때는 좌절하고, 어떨때 어렵게 꽃을 피우고,, 이런 현실이 싫고, 바꿔져 가길 바란다.

 

그런 변화에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고 싶은게, 경찰관으로서,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소박한 바람이다..

 

 

3. 업무상 변화와 씁쓸함..

 

그런 의도에서 1년반전, 전문인력으로 팀을 구성해, 지원부서를 만들었는데, 이번에 해체되게 되었다.  현장 인력 재배치의 일환이라는 좋은 취지이나, 나름대로 팀의 역할에 대해 조직내부와 상사들에게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그간의 역량부족과 불성실에 대해 허탈하다.

 

 

4. 조그만 부침과 파랑

 

좋은 부모님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라, 무탈한 학창시절과 취직을 거쳐, 10년째 깜냥에 비해선 감사한 보살핌을 받으며 직장생활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허허한 시간의 부침이 있다.

 

인간관계상에서도 내 잘못과 욕심에서 인해 나도 상처주고 받기도 했고, 직업상으로 아픈 경험도 있었다.  그저 '이것도 이 순간 나름 구성해온 자양분과 해독해야할 약성'이라 생각하고 견뎌야할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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