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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만화) <아빠는 요리사>

미리해치 2018. 2. 5. 07:35

1월말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다. 

하카다 시내를 걷다보니, 여기가 <아빠는 요리사>의 배경도시라는 것이 자주 떠올랐다.

<아빠는 요리사>는 여전히, 발행되고 있는 인생사, 가족사, 직장사에 대한 만화다(141권 발간)

이번 주말, 몸도 좋지 않다는 핑계로, 아빠는 요리사 만화를 여러권 찾아 다시 읽었다.

주인공 일미는 아빠, 남편, 사회인, 이웃으로서,정말 완벽한 남자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으며, 주위로부터 큰 신뢰를 받는다. 너무 나서지 않지만 또 한편 티나지 않게 주변인들을 따뜻하게 돕는다.

이런 사람일 수 있을까?  극중 나이가 아마 지금쯤은 40대 후반에 이르렀을 터인데, 내 설익음과 비교되어 우러러 보인다.

부주인공이라 할수 있는 <전중>도 실은 멋있는 남자다.

극 중, 사고뭉치, 실수, 못난이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전중은 쾌활하고 솔직해서, 사랑받는다. 나름의 오지랖으로 주변인을 챙기고 있기도 하다. 

극 초중반까지 못난이의 역할이 점차 성숙해서,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과거의 못난이 역할은 후배에게 점차 물려주고, 괜찮은 사회인으로 성숙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 나이로 따지면, 전중이 대략 내 나이와 비슷할 것이다. 

뭐든 완벽한 주인공 <일미>보다, 성품-나이로 감정이입이 잘 된다. 

전중의 귀여운 못난이 짓과 별도로, 가지고 있는 나름의 솔직하고 담백한 성품 역시 내겐 부럽다.


아빠가 되고서, 이 만화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게 된 것은 등장인물 성이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1권에서 성이는 아마 1980년도 후반 6살쯤이었다. (1989년 후쿠오카 국제 박람회 얘기가 3~4권쯤에 나옴)

그런데 141권 현재 성이는 그동안 오키나와에서 대학을 다니고, 졸업해서 도쿄의 직장인이다.

 이런 긴 시간, 혹은 상세한 이야기라니?  

그간 성이는 그야마로 '착한 아들'의 전형이었다. 배려깊고, 성실하며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였다.

주인공 가족이 보여주는 인품과 일상의 '결' 속에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피어난 꽃같은 아이다.

과연 나는 그런 아이를 키워내는, 그런 아빠인가?  택도 없다.

아이을 키워서, 이제 조금씩 멀리 보내는 부모의 마음에 대한 에피소드가 긴 이야기 곳곳에 나온다. 

나도 그런 시간을 벌써 조금씩 느끼고 있다.


소소하지만 거대한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일본의 중견도시 하카다에 위치한 <금환상사>라는 회사, <일미>의 가족, 그리고 주위의 이웃과 동료의 이야기다.

엄청난 사건 사고도, 거대한 스케일도, 없다. 

그러나 141권이 나온 지금은, 이 소소함으로 채워지는 긴 삶 자체가 거대한 서사시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삶에서 어마무지 대단한 일을, 어마무지 빛나는 삶을, 엄청나게 뛰어난 인간을 살아가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기회가 적다고, 그런 무대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발을 동동 구를 필요는 없다.

나와 주위를 잘 건사하고 가꾸고 사랑하며 키워가고 커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과업이다.

(이건 요새 직장 생활의 변화를 겪은 내게도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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