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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제주 올레길 뛰어본 소감

미리해치 2018. 8. 14. 21:51

제주로 가족 휴가를 떠났다 돌아왔다. (2018. 8.8~8.14)

마침 대부분의 숙소를 해안에 잡아서, 올레길과 가까이 묵었다.

주로 새벽에 나와서 올레길 코스를 몇 군데 달려봤다. 어떤 곳은 가족과 함께 걸었다. 

소감을 써본다.


2018. 8. 9 올레 16코스 (고내-광령) 중 항파두리 방향

<제주 올레 16코스 : 출처-프란체스코님 티스토리>


숙소가 있었던 구엄마을에서, 방향을 고민하다가, 내륙쪽 올레길은 가본적이 없어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뛰었다. 

올레길에 접어들때까지는 차가 다니는 길의 신호등을 건너며 부산했는데, 올레길을 접한 이후부터는 제주의 조용한 마을 길 사이로 뛸 수 있었다. 수산 저수지라는 곳을 접하고 돌면서 한적한 농촌 마을을 지났다.  마을 사이에 말을 키우는 목장을 보면 이곳이 제주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수산저수지-제주올레 홈페이지>

어느 정도 길을 뛰다보니, '항파두리'라는 삼별초가 몽고에 대해 항거를 했던 토성의 유적지를 만났다. 어쩌면 그냥 '언덕', '저수지의 방둑'같은 곳이었는데, 그것이 '몽골군을 막기 위한 토성'이었다니. 제주가 항몽의 최후 보루였다는 것을 책에서 배웠는데, 이렇게 눈에 보이는 작고 아담한 유적을 만나니 묘한 기분이었다. 실제하였던 소박한, 혹은 지난했던 역사로 실체를 만들어준 문화의 힘이 느껴졌다. 


제주를 여러번 오고 한때는 1년 이상 살았었는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또 알았어도 굳이 일부러 찾아올 마음이 들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열린 길'을 토통해 만나게 되면, '문화란 꺼내서 닦고 색을 입히기 마련'이고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야기와 함께 떠오를 수 있다면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항파두리 토성 앞에 만들어둔 포토존 용 건물 : 삼별초의 기록에서 발췌한 듯한 문장이 벽면에 비장미를 덧씌워서 의미를 부여해준다>

토성 옆을 지나, 숲길 초입에서 숙소로 돌아왔다. 장끼를 한마리 만나서, '와! 꿩이 있네'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 까투리 십여마리가 날아올랐다.

뛴 거리는 약 14킬로, 달리고 걸은 시간은 약 2시간


2018. 8. 10 올레 16코스 (고내-광령) 중 해안도로 

어제와 같은 코스인데 숙소에서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구엄포구에서 중엄마을, 그리고 신엄마을쪽 길, 제주의 북서쪽 해안도로다.
해안도로는 다 비슷한 풍경이 펼쳐질 것 같지만, 조금씩 다르다. 

<구엄포구 가는 길의 돌염전>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돌염전과, 민물이 흘러내려 바다와 만나는 샛물(?)을 지났다. 


다양한 바위로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파도는 시원하지만, 가끔은 쓰레기들에 눈살 찌푸려질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1997년 처음으로 제주에서 일할 때 자주 봤던 그 해안은 더 가리워져 있고, 지저분한 곳이 많았다. 
올레길로서 바다와 길을 연결하고 사람을 맞음으로써 일정부분은 사람의 때를 탔다고 할 수 있지만, 아마 더 개방되고 정비되었을 것이다. 

마을 사람만의 바다로 사유화된 때보다는 '모두의 바다'의 지위를 회복했고, 그렇기에 더 깨끗해졌을 것이라 짐작한다.  
다락쉼터 앞에서 되돌아와 왔다. 뛴거리는 약 8km, 시간은 약 1시간 20분

2018. 8. 11 아침 : 올레 8코스 (월평-대평) 중 갯깍주상절리-하예포구

숙소를 남쪽으로 옮겼다. 전날 경험해보니, '올레길을 만나는 곳'까지 뛰는게 재미가 없어서, 차를 가지고 가서 돌아오는 걸 선택했다.
가보고싶었던 곳은 '갯깍 주상절리', '대포주상절리'보다 작지만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고 하여 경로를 잡았다.

<갯깍 주상절리 사진 : 그러나 접근 금지되어 가보지 못했다 : 출처-킴스님 블로그>


해변접근로가 막혀있었다. 낙석위험때문이라나, 가까이 가지 못하고,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전날달린 16코스보다 훨씬 조용했다. 제주의 남서쪽 바다인데 각종 관광코스에서 한켠 비켜있다. 

<올레 8코스 : 출처-걸어서 행복님 블로그>

그럼에도 언덕배기마다 펜센 공사 중이었다. 올레길을 통해 제주여행객이 늘어나고,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제주'가 아니라, '쉬며 머무는 제주'로 변화하고 있는 듯 했다. 

달리다보니 논짓물이 나타났다. 유명한 제주 바다 옆 천연수영장이다. 3단으로 경계를 둘러 계단식으로 바다에 연결했다.

<논짓물 - 출처 : 너굴쑤님 블로그>

시원한 바다를 눈 앞에 두고, 수영할 수있는 것은 해보고 싶던 매력이다. 하지만, 망설이다가 오늘은 내처 뛰기로 했다.

바다에 둘러싸인 언덕을 오르내리고 다시 돌아왔다. 아마 달린 거리는 대략 6km쯤, 시간은 약 1시간20분


2018. 8. 11 오전 : 송악산 둘레길 10코스

오전 가족들과 송악산을 중턱까지 오르고 둘레길을 걸었다. 약 1시간 30분쯤. 이 길은 올레길로는 10코스다.

<올레 10코스 : 출처-강필님 블로그>

언덕을 오르다보면 남서쪽 바다와 옹기종기 솟아있는 섬들을 볼 수 있다. 바람이 계속 부는데, 이것은 그냥 송악산의 풍경 속에 배경처럼 녹아있다. 

<송악산 둘레길 : 앞에 보이는 것은 산방산 - 출처 : 제주올레>

우리처럼 송악산만을 찾은 관광객도 있었고, 전체 코스를 걸으려고 온 가족단위 올레객들도 보였다. 

바람으로 피부를 씻고 내려왔다. 아마 5km쯤을 천천히 걸어서 왕복, 시간은 약 2시간


2018. 8. 12 아침 : 7코스 입구

7코스를 달리기 위해 차를 차고 해변으로 왔지만, 마음의 절반은 해변 수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7코스 입구에 '황우지 해안'이 있기 때문이었다. 황우지 해안은 제주에서도 유명한 자연 수영장이다. 전날 '논짓물'의 아쉬움을 달래보고 싶었다.

<올레 7코스 : 출처-장구목님 블로그>

황우지 해변에 도착하자. 이미 7시도 되기 전인데도, 3명이 스노클링, 수영을 하고 있어, 신나하며 물에 들어갔다. 갈아 입을 옷도 가져오지 않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는 걸로,, ; 

<황우지 해안 : 출처 -visit jeju>


사진만큼 맑진 않았다. 밀물이 들어오고 있어, 조금 뿌옇지만, 그래도 물속을 관찰하기 좋은 명도였다. 예쁘고 즐거웠다. 

30분쯤 물속으로 왔다갔다 하다보니, 먼저 왔던 분들이 떠나고 혼자 유영하는데 세상 자유로웠다. 

이 날은 달리기를 하지 않고 수영만 했음에도 매우 뿌듯한 아침이었다. 


2018. 8. 12 오전 : 번외편 영실탐방로 한라산 중턱 등반

올레길은 아니지만, 걷고 뛴 이야기의 일환으로 영실탐방로를 통해 한라산을 2시간 정도 다녀왔다.

너무 덥지 않을지, 혹시 비가 오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한라산의 날씨가 따로 있다는 걸 느꼈다. 아주 서늘하고, 구름, 빗방울, 안개들이 계속 스치고 지나갔다. 영실 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자 마자, 한라산의 산림이 우거졌다.  

조금만 걷자, 해발 1400미터였다. 공기와 소리가 달랐다. 상쾌함을 피부로 맞이 했다.

중간에 오백장군(예전엔 오백나한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종교적인 이유였을까, 바뀌었다) 암석들이 짙은 안개 속에 쌓여있었다.

바람이 불고, 안개의 커튼이 넘실대어 사라질때 잠깐씩 보는 절경에 아까워하며 감탄했다.

<영실 오백나한 : 출처 - 해인삼매님 블로그>

병풍바위를 지나 윗세오름쯤까지 가보려했으나, 충분히 준비가 안된 상황인 듯 해서, 아쉽지만, 그냥 내려왔다. 다음엔 백록담에 올라가봐겠다는 기대되는 아쉬움이 생겼다. 한라산이 매력있는 산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2018. 8. 13 아침 : 1코스 (시흥-광치기 해변)

성산 일출봉 옆으로 숙소를 옮긴 날 아침, 오조항 옆에서부터 성산 일출봉까지를 뛰었다.

<올레1코스 : 출처-울산1인산악회 티스토리>

 맨 처음 만들어진 길, 올레길을 몇개 코스를 보며 느낀 점이 있기에 새삼 경외심이 들었다. 

일부만 뛰어봤지만, 일출봉이라는 풍광을 가운데 두고, 해변이 연결되어 있는 이 코스는 이후 제주 올레길이 확산되는데 디딤돌이 될만 했다.


<성산일출봉 - 출처 : 제주올레>


4개의 코스를 매일 조금씩 뛰어본 소감

문화란 '작을수록 아름답다'는 글을 최근에 접한 적이 있다. 국가가 아니라, 지역-마을-개인이 문화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하긴 '창의'는 '집단'이 아니라.'사람'의 것이다.   올레의 복원은 그런 잘게 쪼개인 마을의 문화를 되살리거나, 색채를 입혔다.
그 기획과 추진이 놀라웠다. 

마을을 열고, 길을 이었고, 정돈하면서, 문화와 역사, 이해 관계를 연결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을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저항은 없었으려나? 아마 있을 것 같다. 길을 여는 것에 대한 저항은 어디에나 있다.  그렇지만, 길을 이었을 것이고, 결국 많은 이들에게 좋은 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길을 걷는다는 것, 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보상이고, 어딘가에 다다르는 것은 그 마무리의 결과 일 뿐, 걸으면서 나를 비우고 흘려보내는 것으로 충분히 기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를 비우고, 주위를 볼때, 세상에 더 명료하게 다가설수 있다. 40대 중반에 들어서야, 가득한 아집을 비우는 나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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