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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백록담 다녀온 소감 : 완만하고 긴 길을 걸으며 스스로의 보잘것없음에 대해 편안해졌다. 본문

사는 이야기

한라산 백록담 다녀온 소감 : 완만하고 긴 길을 걸으며 스스로의 보잘것없음에 대해 편안해졌다.

미리해치 2019. 2. 21. 06:54

<한라산 백록담 다녀온 소감 : 완만하고 긴 길을 걸으며 스스로의 보잘것없음에 대해 편안해졌다.>

가족 여행으로 제주도를 갔고 그 중 하루는 혼자 한라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성판악 대피소에서 4시간30분 걸려, 백록담에 도착하는 왕복 9시간 코스를 택했다.



백록담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기에 정상에 올라가보고 싶었다. 눈꽃을 보고싶었다.
성판악에서 8시에는 출발해야 등산통제시간인 12시 전에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할 수 있다고 했다. 난이도, 날씨 등을 몰라 불안했다.
결론을 얘기하면 생각보다 쉬웠고, 눈꽃은 보지 못했다.


출발한 숙소는 성산포쪽이었다. 
대중교통으로는 버스를 2번 타야하는데, 얼마나 기다릴지 제대로 찾을수 있을지 몰라 그냥 택시를 탔다. 2만7천원이 들었다.

성판악 매점에서 컵라면을 사려 했지만 팔지 않았다. 초코바 2개와 한라산 팩소주를 샀다.
등산 스틱도 없어서, 개당 2만원의 가격임에도 구입했다.

성판악 산길은 평온했다. 중간 이후부터는 얼음이 언 곳과 바윗길, 나무계단이 반복되어서, 아이젠을 끼웠다 벗었다를 되풀이했다. 서서 쉬며, 컵라면용으로 가져왔던 보온병에 커피를 타서, 한모금씩 마셨다.

혼자 걷는 산행은 '아무 생각없음'과 '여러 갈래로 피어나는 생각'들을 오간다. 생각들은 그저 잡념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일거리에 대한 생각이 머리 한켠에서 되새김되었다.


40대 중반을 넘어섰다. 이루고 싶어서 몇 년째 매달려있는 일이 있지만, 여전히 신통치 못하다. 최근 흰머리가 생겼다. 눈밑이 쳐지고 피부도 거칠어졌다. 잠이 얕아졌다.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자료를 읽고 쓰고, 추진할 때, 마음과 몸의 힘이 금새 소진되는 것이 느껴진다.

운동을 하고, 절제하면 몸의 나이듦은 늦출수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 지치지 않는 것과 낙관, 그리고 학습을 계속하는 것이다. '내가 과연 그럴수 있을까', 산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자연을 걷는 것은 스스로의 보잘것없음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길옆의 나무도 나보다 훌쩍 더 많은 나이를 갖고 있다. 발밑의 바위는 또 어떠한가, 이 길도 수백년간 사람들이 다진 것이다. . 이 시간의 유구함 속에서 나의 삶은 찰라이며, 진지하고 즐겁게 살다 가면 그만이다. 열심히 하되, 성패는 내 것이 아니다. 결과에 짓눌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의 실타래는 바람에 날려버릴 수 있다.

진달래 대피소를 넘어서면 눈꽃이 있으려나 기대했는데, 비가 흩뿌리자, 기대를 접었다. 
그러나 1800미터를 넘어서 산아래를 내려보니, 구름의 바다가 펼쳐져있고, 그 너머에 바다가 이어져있어 후련했다.


12:05 백록담에 도착했다. 바닥을 보기 어렵다는데, 쾌청해서, 얼어있는 분화구를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백록담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으려 기다렸다. 
우리들의 그런 성정(?)이 정겨워서 지켜보며 웃었다. 


20분 정도, 정상에서 홀로 사진찍고, 가져간 간식을 먹고선 하산했다.

내려오는 길에 사라오름에 올랐다. 사라오름의 봉우리가 눈높이에 가깝고, 호수가 넓어보여, 이곳의 봄 풍광이 기대가 되었다.

오후 15:55 분 내려왔다. 08:15분에서 약 7시간 40분 걸렸다. 
다음엔 푸르고, 호수에 물맑은 한라산과 또 눈보라 짱짱한 설경을 보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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