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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운영) 행동, 상호작용과 우연, 갈등, 도덕성에 대해

미리해치 2017. 3. 11. 14:11

<조직(組織)> 개인이 완수할 수 없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협동·수단·시스템(체계)을 말한다. 인간 등의 집단 혹은 공동체가 일정한 목적 또는 의사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휘 관리와 역할 분담이 정해져 계속적인 결합이 유지되고 있을 때, 그 집단을 말한다. (위키백과)


조직화에 대한 고민

새로운 일을 맡은지 13개월째이다. 

전문성이 강한 동료들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역량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그 노력과 애정, 성과들이 조직화되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주 소수의 개인들은 활동 공간을 확보하고 인정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동료들은 역량과 역할에 비해 저평가되거나, 전체 조직이나 경찰 내부 협력자들과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잘 환류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조직화할 수 있을까?' 고민을 경찰 20년만에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   경찰관이 '조직 운영'을 고민한다면 어떤 측면에선 생경하다.  이미 지나치게 경직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고도로 계층화된 조직아니던가?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우습기도 하다. 20년동안 이런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오고서 무슨 새삼 조직 운영의 고민을 한다는 것인가?

현재 맡고 있는 업무 성격과 문화적 특성 때문에 20년 동안 일해온 방식과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그간 초중기 15년 정도는 대부분 아주 작은 팀의 일원이거나, 혼자 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경찰청 기획부서).  둘째, 대략 최근 5년 전부터는 '부서 운영자'의 임무를 수행해왔지만, 대부분 짜여진 조직의 일원으로 주어진 '권위'와 갖춰진 '체계'에 의존해서 일했다.  셋째, 그런데,지금은 그런 '권위', '체계'가 없거나 희미하다.  백지에서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가고 서로의 활동을 조합할지에 대해 미완의 영역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인상깊었던 글귀를 모아 소개하며 의견을 써두고자 한다.


조직의 행동 - 우선 '행동하는 조직이 조직이다'라는 말을 쓰고 싶다.  


숙고할 시간을 가져라, 하지만, 행동할 때가 오면 생각을 멈추고 뛰어들어라

행동을 하다보면 종종 실수한다.  하지만, 행동을 하지 않으면 항상 실수한다. (로맹롤랑)




다음은 사울 D. 알린스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의 글(임보영님 발췌)이다. 

"조직은 해결해야 할 많은 논점을 바탕에 두고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산소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조직들은 행동을 필요로 한다. 행동의 중지는 파벌과 나태를 통해, 실제로는 생명보다는 사후경직의 형태라고 할 토론과 회의를 통해 조직에 죽음을 가져온다." (186쪽)

"변화를 만들어낼 기회와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멋대로 지껄이게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행동방침도 주지 못하면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화나게 하는 짓은 정말 분별없는 일이다." (184쪽)


"반드시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전적인 믿음이 바로 자존심이다. 조직가는 승산이 언제나 자신의 반대편에 있다는 사실을 두려움이나 걱정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자존심을 가지고서, 그는 행동가가 되고 행동한다. 그는 단념하겠다는 생각에 결코 한순간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 인생은 행동이다."

깊이 동의한다.  '조직은 행동을 필요로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행동하지 않는 조직'은 조직이 아니다. 조직을 빌미로 하여 안위를 누리는 개인들의 군집이다.  그런데 이런 행동을 저해하는 것이 행동하려는 의지에 대한 비겁한 비난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비난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행동의 에너지를 주저앉히면, 그렇게 조직은 괴사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조직 속의 행동가는 '실행에 대한 자존심'을 가지고 조직을 깨워야 한다.



하지만, 조직의 비효율도 있다.

피터드러커에 따르면, '조직이 커질수록 상호 작용에 쓰이는 시간이 늘어난다'.  실제 업무를 수행, 성과를 거두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투입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조직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관리해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

상당수의 조직원들은 '의무적인 상호 작용'에서 부정적이고 형식적인 일과를 떠올릴 것이다. 보고를 위한 보고, 갑을관계에서 일방적인 지시와 책임 전가 들이 이런 부정적-형식적 상호작용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영향력을 조직에 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부정적 형식적 상호작용을 줄이고자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상호작용의 원래 취지는 그 속에서 일상적 성과를 축적하여 조직의 튼튼한 행동 근육으로 만드는 목적이다.  그 목적에 충실한 상호작용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우연한 불꽃 튀는 성취'도 피어난다.


행동과 우연, 과정의 성취

앞선 글(장건과 실크로드)에서도 인용했던 이야기들이다.  장건은 흉노를 제압하는 외교 루트를 찾아나섰다가 실크로드를 개척했고, 원래 목표했던 나라(월지)와 동맹은 실패했지만, 다른 서역국가들과 교역로를 확보하여 한나라를 국제 데뷔시켰다.  

넥슨의 김정주는 숨겨져있던 보물 프로그래머 이승찬이 마음대로 만들던 게임을 발견하고 이를 독려하여 <퀴즈퀴즈>가 태어나게 했다.  전 세계 영상 컨텐츠 시장을 장악한 '넥플릭스'의 <씨네매치 알고리즘>은 '고객들이 재미삼아 별점을 평가하게 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그 여파로 발전되었다.  

고객들이 타인들이 매긴 별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우연하게 발견한 것이다.  애플은 리사를 만들려다가 매킨토시를, 아이패드를 만들려다 아이폰을 만들었다.

성공은 우연의 산물이라는 기사도 있다.  그럴려면, '우연'을 탐색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과정 속에서 성취한다는 즐거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라도, '행동하는 조직', '상호작용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갈등을 건강하게 소통하는 조직

개인간에도, 조직적으로도 갈등이 없을리 없다.  다만 이런 갈등을 '공적'으로, '공식적' 혹은 '상호 대화 가능한 방식의 비공식적'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  다음은 <회사의 언어>에서 인용한다. 

갈등은 개인에게 엄청난 감정을 소모시킵니다. 여간하면 피하고 싶죠. 하지만 조직 내에서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쓴소리, 제때 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될지도 몰라요. 상대를 존중하며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쓴소리의 기술을 신간 <회사의 언어>에서 발췌, 공유합니다.

1) 쓴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라.
쓴소리는 문제가 곪아터지기 전에 놓는 예방주사다.
2) 당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정보를 수집하라
3) 바른 소리를 할 만한 지위를 확보하라.
단순히 나이나 직급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동료보다 더 업무를 장악하고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해
심리적인 지분을 확보하라
4) 쓴소리가 개인적인 비난으로 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5) 대안이나 조언을 주려 한다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6) 문제를 가볍게 이야기하거나 긍정적으로 포장하지 말자. (회사의 언어)


조직화가 되지 않는 군집에서는 갈등도 생산적이기 어렵다.  주로 익숙한 방식은, '공개적 뒷다마', '풍자를 빙자한 비아냥', '저격을 빙자한 훈수', '마녀 사냥식 사내 정치'같은 형태를 띤다.  그 자체로도, 미숙함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도덕성, 원칙을 준수하는 조직 문화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잘 아는 사람은 아마 웃을 것이다.  경찰 생활하며 규범, 규칙을 누구못지 않게, 대충 대충 생각했다.  그랬음에도 이런 지점에 생각이 미칠지 몰랐다.  

조직 문화가 '윤리적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다음은 조선 위클리 비즈에 게재된 차석용(64) LG생활건강 부회장과의 인터뷰 중 일부이다. 

(문) CEO 경력만 20년이다. 관통하는 원칙이나 가치가 있다면.

(답)"고객과 한 약속을 지키고, 법을 준수하며, 법이 의도한 정신(intent of the law)까지 지켜나가고자 노력한다. 고객과 맺은 신뢰를 지키지 않거나 권력을 가진 외부에 의존해 기업을 키워가는 일, 직원이나 거래처에 군림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일은 아무리 교묘하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다 할지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인상깊은 것이 '뉴욕타임스 룰(New York Times Rule)'이다.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라도 미국 최대 신문인 뉴욕타임스 1면 톱에 기사화됐을 때 부끄러움이 없이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는 행동 규칙이다. 기업이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이자 의무는 도덕성이라는 믿음을 가장 인상적이었다."

법에 의한 신뢰, 공공성에 대한 권위가 약한 우리 사회에서 큰 기업의 CEO가 '도덕성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는 것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조직 문화'를 새삼 고민하기 시작한 나도 이 점을 깊이 느낀다.  대단한 불법과 부패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근무 시간의 준수, 보수에 맞는 노동,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동료/부서에 대한 공헌, 자신의 역할에 근거한 성과(타인의 성과를 뺏지 않는 것), 근무 전반에 있어 허위의 청구를 하지 않는 것들을 말한다.  
이런 작은 느슨함이 전체적인 건전함과 의욕을 훼손하고, 함께 발전하고 싶은 조직적 욕구를 저해한다는 것을 20년의 경찰생활만에 새삼 체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면구스럽기 그지 없게끔, 나의 근무 태도에 대한 반성부터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어디에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는데, 딱 와닿아 저장했던 글이다. 

"스타트업 CEO는 초기 수년동안은 왜 그렇게 직원들의 행동과 업무내용이 거슬리고 미워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라 밤잠을 설치죠.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해봐도 무용지물 같아보여 극단적인 선택도 마음에 담기도 하죠.

두가지 조언을 한다면 첫째 CEO는 일반인보다 상당히 Hyper되어 있는 상태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내 눈과 머리에 담겨있는 문제의 60-70%는 나의 오차라고 생각하고 참으세요(일부는 진짜 문제이긴 하지만 문제 해결방법을 현명하게 선택하기 위해) 둘째는 태도와 행동을 교정하려고하지 말고 일의 목표와 결과를 가지고 씨름하세요."

그렇다.  내가 이러하다.  낯선 업무를 맡아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과하게 고양되어 있어서 깜짝 깜짝 놀란다.  '태도와 행동'이 눈에 밟힌다.  적어도 '목표와 결과'를 가지고 논의해야겠지


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고, 건너야 하는 길이다.  그동안 '계급발', '문서질'로 해왔던 20년의 편한 직장 생활에 새삼 주어지는 귀한 경험의 기회이다.  감사하게 배워야겠지


산다는 것은 누구나 자기 몫의 어둠을 길들이는 일

붉은 꽃을 피우는 일 (휘민, 숨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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