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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지방 문화와 전통의 계승 본문

읽고 보며 느낀 점

(너의 이름은?)- 지방 문화와 전통의 계승

미리해치 2017. 2. 20. 17:56

<너의 이름은>에서 기억이 새록 새록했던 몇가지 장면이 '일본의 지역적 전통'에 대한 생각과 연결되어 메모해본다.



1. 붉은 끈 전승


여주인공 미츠하는 매고 있던 머리끈을 던져, 남자 주인공 타키에게 준다.  이 장면에서 많은 이들이 일본 만화/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붉은 끈 이야기를 떠올렸으리라,

   


일본의 옛 이야기 중에는, '운명의 남녀 사이엔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 서로의 손가락을 묶고 있다'는 설화가 있다.  타키와 미츠하 사이를 잇는 실이 붉은 색인 것은 일본 전승상 아주 자연스럽다.


(붉은 끈 설화를 모티브로 한 일드)



2. 외계의 힘 전승


그런 느낌을 준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떠올려보면, '미증유의 먼 곳에서 닥치는 외력'에 대한 설화이다.  이토모리 마을을 덮친 혜성은 1200년 전에도 이미 떨어져서 거대한 호수가 형성되었고, 그 때 마을이 절멸하였음을 암시하는 이야기가 초기가 나온다.  이미 이 마을에는 '멸망'과 '외계'에 대한 학습이 있는 것이다.

(1200년 전 혜성이 떨어져서 만든 호수,,였다는 설정)

  

일본은 화산가 지진 등 커다란 자연 재해를 상수로 가지고 사는 나라여서 그런지, 지역에 그런 설화가 상당히 있다고 보인다.  


예를 들어 만화 <칠석의 나라>에도 그런 소재를 다루고 있다.


<칠석의 나라>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괴짜 지리학자가 탐구하는 한 마을이 사실은 외계인이 세운 마을이었고, 그 핏줄이 이어져 있으며 신비한 능력으로 자신들의 마을을 은밀히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통이 일본 고유의 문화에 녹아 있다고 암시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외계인의 손이 까지로 형상화되어 계승되었다는 소개)



3. 도시와 시골의 다름이 만들어내는 힘


이런 일본의 전승 들이 잘 녹아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전통을 잘 계승함으로서 설득력있는 모티브를 기반으로 창조성을 발휘한달까?  한편, 지역별 개성도 <너의 이름은>을 이끌어 가는 힘이다.  타키는 도코에서, 미츠하는 기후현의 조용한 시골마을 이토모리의 마을에 산다.  서로 너무 다른 생활방식이 몸을 바꿔서 살아갈 때, 당황-신선함-그리움의 감정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물론, '만들어낸 이야기'의 환상도 있을테지만, 우리 나라에서 전국의 도시, 마을이랄 것 없이 이젠 거의 비슷 비슷, 이미 평준화되어 있는 생활 방식을 생각할 때, '우리 나라에서 저런 이야기의 구성은 쉽지 않겠다' 싶어 아쉬었다.


예전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 막연한 감각보다 훨씬 대국이라는 점이었다.  하긴 1억명이 넘는 인구에, 한반도보다 2배 이상 넓은 영토이면 우리 남한 거주자의 감각으로는 4배 이상의 규모이다.  하지만, 웬지 우리에겐 그런 감각이 부족하다.  일본인들은 스스로를 '하나의 다양한 문화/지역공동체가 합하여 만든 일종의 연방국가(혹은 대륙)이라고 생각하는 감각도 있어보인다.



4. 일본인의 연합국가 인식

굳이 일본인의 파시즘적 성향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식 만화 '맛의 달인'의 저자는 전권을 통틀어, 아주 균형있고 인도적인 역사관점을 보여주는 만화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화 기획' 소재를 탐색하는 주인공(신문기자)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진정한 국제화 기획'은 일본 곳곳의 지방 문화와 역사, 음식을 소개하는 것 이라는 깨달음을 겪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재미있고 설득력있는 에피소드였다.

(해당 67권 : 진정한 국제화 기획)


이쯤 되면 일본이 가진 지방색, 전통의 힘이 부럽고 배아프다.  


우리 역시 왜 없었겠는가?  식민지 시대와 분단, 군사정권 등을 거치며 다 밋밋해져버렸을테지.  하지만, 갯벌을 메워 농지/공장지대를 만든 것이 지금 너무 큰 손실이고, 유적지를 밀어 빌딩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 황금 오리의 배를 가르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비단 경제적 효과만 얘기할 것이 아니다.  '오래 깊이 간직된 다름'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조금씩 그런 마을, 전통, 다채로운 문화가 '서로 다름'으로 빛내주는 시기가 오길 기대한다.



덧붙여. 끝으로, 골목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힘 <고독한 미식가>

 

끝으로 얼마 전 타계한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명복을 빈다.  이 만화의 이야기는 참 단순하다.  여행/출장/업무를 하며 돌아가니는 도쿄의, 다른 도시의, 시골의 이곳 저곳에서 '맛있어 보이고, 분위기가 있어보이는 집'에 들어가 한끼 먹고 나오는 에피소드가 전부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힘이 있다.  그 전제는 이 만화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골목'이 살아있고, '단골'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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