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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만화) <피아노의 숲> 그리고 또,,, 본문

읽고 보며 느낀 점

(음악 만화) <피아노의 숲> 그리고 또,,,

미리해치 2017. 2. 26. 08:26

음악을 즐기는 것.  그러한 마음 근육을 갖는 것


얼마 전 아이들의 피아노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작은 음악회'를 다녀왔다. 

벌써, 4년 가까이 쳤는데, 매번 (연 2회) 갈때마다 그 실력과 감수성들에 놀란다.  

아이들을 키울 때, '내가 못하는 것을 저 아이는 참 잘하는구나'라는 기분이 미묘하다.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매년 피아노 치는 걸 볼 때마다 피아노를 배울까? 하는 생각을 그날 잠깐 했다가 만다. 


하지만, '음악적 감수성'이랄까, 이런게 별로 충만하지 않아서, 치는 것은 고사하고, 듣는 것도 지루해 하는 편이다.

그래도 올해는, 이번 연주회는 집중해서 들었다.  최근의 신체적-정신적 사십춘기를 거치며 정서적 음울함이나 산만함이 조금씩 나아지는데, 다행히 '예전보다 음악을 더 즐길 수 있어 졌구나'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일이다.


선하고 아름다운 세계, <피아노의 숲> 완간


얼마전, 아주 오랫 동안 연재되었던 일본의 유명한 음악 만화 <피아노의 숲>이 완결되었다.  거의 10년을 반복해서 읽어온 만화다.

완결을 기념하여 간단한 소감과 몇가지 음악 만화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려본다.


<피아노의 숲>에 나오는 세계는 선하고 아름답다.  


기본 구조는 '아생의 천재' 카이와, '온실의 공자' 슈우헤이가 대립하고, '비운의 스승'아지노가 카이를 키워내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카이와 라이벌인 사람 혹은 대척점, 아니면, 카이의 개성을 좌절시키는 음악계 권위자들 역시 다들 나름의 사정과 고뇌가 있다. 음악을 한다는 것, 자신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 세계는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선함'이 있다.(이건 다른 음악 만화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야기 진행이 아름답고, 마치 거짓말처럼 승승장구 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함께 성장하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장면들이 아름답다.  조용하게 피아노 음이 날리는 장면과 웅장하게 관객들을 사로잡는 모습들까지 '책으로 읽는 만화'에서의 그림 구조에서 느낄 수 있는 연출로서 잘 보여주고 있다.  


전체 스토리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쇼팽 콘서트'가 거의 분량의 절

반을 차지하고 그 곳에서의 갈등과 쟁투, 주인공의 승리, 각 등장인물의 좌절과 이겨냄등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생산되었다.  그래서, '다음 권에 완결이라는데 과연 어찌 마감되려나' 걱정했는데, 모두가 각자의 길을 훌륭하게 내딛는 마무리로 훌륭하게 마무리되었다.


특히, 장애를 치료한 스승 아지노와 카이의 연탄 장면은 '약간 전형적, 천편일률적이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거의 10년 동안 이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으며 각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을 해온 독자로서는, 뿌듯하고 더할나위 없는 결말이었다.



따른 클래식 만화, 개그 코드와 성장 만화의 조화 <노다메 칸타빌레>


<피아노의 숲>과 여러모로 비교되는 음악만화이다.  클래식을 다루고 특히 피아노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서

하지만, 만화의 '톤'이 다르다.  피아노의 숲도 웃기는 장면이 아니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는 '개그 본능'이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차라도 마시면서 읽다가 실제 뿜을 수도 있다. ㅋ


그러나, 이 만화 역시 가볍지 않다.  만화의 연령층이 소년부터 (비교적 젊은,,응? 난?)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하기에 주요 코드는 '주인공들의 성장'이 있어야 하는데, 두 주인공인 '노다메'와 '치아키'가 성장하는 모습이 독자들에게 충만함을 준다.


클래식의 세계를 만화로 친숙해지고 싶은 분들, 그리고 웃고 싶은 분들께 권한다.



한국적 처절함, 고행, 구도의 락스타 <고독한 기타맨>

 분위기가 확 바뀌지만,, '음악 만화'를 떠올리면, 내겐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위 2가지 만화가, '청명한, 아름다운, 고결하고 품위있는' 세계에서의 차분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라면, 1980년대의 정서에서 만들어진 이 만화는 '처절함, 구도, 비장미(혹은 신파)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허영만의 전통적 주인공 '강토'가 기타를 만나고, 친구들과 우정과 배신, 특히 여인의 배신을 겪으며, 홀로 기타의 고수들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고수들과의 만남, 배움, 대결을 거쳐, 깨달음을 얻는 강토는 한국으로 돌아와, '음악의 끝을 느껴본 적이 있는 대가'로서 과거의 인연들을 받아들이고, 마지막 콘서트를 연다.  그리고 콘서트 중 감전사로 죽는다. 


몇줄로 요약하니 좀 억지스러운 전개일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 그 시기의 '삶 아니면 죽음', '비루하게 살거나 죽거나'의 시대 분위기에선 어색하지 않았다.  어린아이로서 그 시기의 분위기를 호흡했으니, 강토의 처절함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강토의 여정은 '검술의 극치'를 깨닫고자 하는 구도의 느낌이 배어 있다.  하긴 강토만이 쓰는 기타 2개를 붙여 만든 것도  그런 '신검'이라 할 수있다. 



일본 소년 락밴드, 세계로. <HECK>

<피아노의 숲>, <노다메 칸타빌레>와 <고독한 기타맨>과 비교했을때, 전자는 맑고, 밝게 느끼지고, 후자는 어둡고 무겁게 느껴진다. 

클래식과 락의 차이일 수도, 시대의 차이일수도, 한국과 일본의 차이일수도 있다.


그 사이쯤엔 <HECK>을 위치해볼 수 있겠다.  <HECK>은 락밴드를 만들어가고, 성장해가고, 세계에 알려지는 과정을 그린 일본 만화다.

소년만화로서 밝은 분위기가 있지만, 앞날의 불안감, 재능에 대한 좌절, 멤버간의 갈등, 세계와의 반목 등이 짙은 그림자로 스며있다.



끝으로, 평생 자신의 음악을 만들기


음악에 대한 취미가 박약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악을 평생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신의 업이든, 진지한 취미이든


피터 드러커가 일생을 바꾼 일화로 소개되는 사례가 있다. 

18살의 드러커가 감동적으로 보고 온 오페라를 작곡한 사람이 80세의 노인(베르디)이라는 것이다.

베르디는 드러커에게 롤모델이 되었고, 드러커는 95세까지 '경영'에 대한 글을 썼다.



덧붙여 시 한줄 소개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마샤 메데이로스(류시화 옮김)
(중략)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삶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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