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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며 느낀 점

(신카이 마코토) 별의 목소리-시공간의 간극과 초연결

미리해치 2017. 3. 18. 19:10

신카이 마코토의 최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를 봤다.

'데뷔작이 전부다'라는 말이 있다.  창작자가 표현하고픈 이야기가 데뷔작에 녹아있고, 그 이후 작품은 데뷔작의 변주이기 때문.


그런 면에서 <별의 목소리>는 그 이후 작품들 '초속 5센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에 표현되는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우션 '닿을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사랑'

여주인공은 우주 비행사로 떠나고,남주인공은 지구에 남는다.  둘의 통신거리는 점차 멀어진다.  1광년에서 8광년으로, 

즉 메세지를 보내면 1년후에, 또 8년 후에 받는 셈이다.

(우주 공간에서 전투중에도 문자를 보내려는 안타까운 장면;;)

이런 설정은 '초속 5센티'에서도,'너의 이름은'에서도 변화하여 표현되어 있다.


이질적 조합들의 다채로운 표현 효과 

여주인공은 우주 비행사로서 외계인과 전투를 하는데, 남주인공이 사는 지구의 일본은 2047년임에도 불구하고, 전봇대, 구형 핸드폰, 연탄난로와 함께 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2046년의 일본, 두 중학생 커플은 이렇게 하교 데이트를 하다가 여주인공이 우주로 떠난다)


그 속에서 여주인공이 8광년을 멀어짐에 따라 남주인공은 23살이 되고, 여주인공은 15살로 남아있다.

일본의 여름은 버스 정류장위로 소나기가 내리건만, 여주인공은 우주 공간에서 외계인과 광선을 쏘며 교전한다.  그 장면을 클래식 교향곡풍의  배경음악이 깔린다.  이런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아름답게 교차되어 보여주면서, 서정적(?)인 요소들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하물며 우주 전투병기를 조종하는 여중생은 세일러복을 입고 있다!)


시간과 공간, 환경을 넘어서서 마음이 이어질 수 있는가?

신카이 마코토는 다른 작품들에서 남녀 커플을 헤어지게 만드는 '커플 브레이커'라고 불렸다.  이 데뷔작도 지구와 우주로 커플을 찢어 놓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남녀 주인공이 불친절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마음을 애틋하게 지키려고 노력한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남 주인공은 메세지를 1년동안, 8년동안 기다리면서, 그 녀를 만나러 함대 승무원이 된다.  

마지막 순간, 여주인공이 격전중에 표류하면서도 남주인공을 마음속으로 부르는 '열린 결말'은 커플 브레이커 답지 않게 따뜻한다.


그러나 과연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각오만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시공간을 달리하는 주인공들이 마음을 지키는 것은 예쁘고 따뜻하다.  하지만, 그건 그대로 동화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돌아서면 서로의 마음을 가헤어늠할 수 없고, SNS를 비롯한 초연결사회에서도 한번 '차단'해버리면 8광년의 우주만도 못한 사이가 된다.  


나의 일상인듯 아닌듯, 나의 절망인듯 아닌듯한 이야기

감독의 작품에서 일관된 이야기는 '닿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해 닿기 위한 열망'이다.  그 마음은 누구나가 갖고 있을 근원적인 외로움이다.

이런 정서를 알아주기 위해 감독은 '성장의 상실'(초속 5센티), '우주(별의 목소리)', '나이(언어의 정원)' '차원과 시간축(너의 이름은)'으로 남녀를 떨어뜨려놨다.  그 간극 사이에서 남녀는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멀어짐 외에도 주인공들은 각자의 일상을 살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도,, 여친을 우주로 보낸 2047년의 남중생은 오지않는 문자를 기다리며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   여주인공은 우주 어느 행성에서 로봇의 거대한 발자국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여름비의 청량함을 느낀다.  이 얼마나 비일상적 일상의 묘사란 말인가)

그런 이질적 조합을 통해, 관객들은 나도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상실의 감정을 주인공의 일상과 감정이입하여 바라보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 비현실적 장치 때문에 타자화 시켜 열광할수도 있다. 


다른 우주가 아니더라도, '차단'만 하면,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본질적으로 분리된 인간의 삶이다. 

원래 외롭고 서러운 우리들은 이 마음이 과연 그녀(그)에게 닿을 수 있을지, 희구하는 마음과 단념하기는 마음을 오고간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알기에 항상 감독은 모든 작품의 마지막을 '우리는 과연 닿을 수 있을까요?'의 열린 결말로 각자에게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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