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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전시전, 창작자가 노력하는 태도에 대해 본문

읽고 보며 느낀 점

신카이 마코토 전시전, 창작자가 노력하는 태도에 대해

미리해치 2018. 7. 23. 13:02

예술의 전당, 한가람 전시관에서 열린 <신카이 마코토> 전시전을 다녀왔다'


신카이 마코토는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에 알려진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너의 이름은'을 보고 난 후, 거의 데뷔작 '별의 목소리', '초속 5센티', '언어의 정원'을 찾아서 봤다.

(당시의 감상문은 아래 참조)

'너의 이름은' 감상 1

'너의 이름은' 감상 2


전시한 작품 중 4개는 봤고, 2개는 보지 못했다. 작품이 시기별로 이어지고 변화하는 것을 보니,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별의 목소리, 초속 5센티의 그림체나 구성은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의 목소리', '너의 이름은'은 주요 장면의 정밀함과 밀도 높음, 음향과의 어울림에 깊이 젖게 된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콘티, 기법 들의 설명을 들으니, 얼마나 많은 구상과 상상, 실험, 노력이 투입된 순간순간임을 느끼게 되었다.
정말 세밀하게 부분부분을 만드는 정밀한 노력 그리고 그것을 조합하는 구상, 종합 예술이더라.
그렇게 생각하면, 무언가를 창작해서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거대한 열망을 가지고, 세상에 내 작품을 알리겠다는 포부,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대한 기대가 필요한 일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겠다는 것이, 노력, 구상, 희망, 소통, 협업이라는 많은 면에서 '불꽃같은 천재의 일필휘지'로 가능할리 없다는 것을 전시회를 보며 새삼 느꼈다.

감독은 데뷔작 <별의 목소리>을 내놓으며, 혜성같이 데뷔한다.  <별의 목소리>의 키워드는, '우주(이세계)', '사랑', '고독', '닿을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접촉의 열망' 등이다. 이런 키워드는 그 이후 감독의 작품에 반복되는 '핵심 메세지'다.  감독에게는 이 초기작을 위해 이 핵심메세지를 계속 가다듬고 거의 혼자 그림을 그리며 이 내용을 세상에 알리는 기법을 갈고 닦았다.

<별의 목소리>의 작은 성공에 따라 팀은 커져서 '약속의 장소, 구름의 저편'의 후속작으로 이어진다. 대형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복잡함에 따라 감독은 '어떻게든 완성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1인 제작과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균형을 이루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번째 <초속 5센티>, 감독은 전작의 시행착오(어떻게든 완성만)을 겪지 않고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제작'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그러한 각오 때문인지, <초속 5센티>는 감독의 핵심 메세지가 슬플 정도로 선명하게 다가온다. 매니아 중 이 작품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 작품은 그림의 투박함, 내용의 불친절함이 있음에도 그 고독감, 상실감, 사라져버리고 말 벚꽃의 이미지로  대변되는 아름다움 등이 선명해서 두고 두고 가슴에서 꺼내볼 수 있는 강렬함이 있다.

그 후 네번째 <별을 찾아서>, 감독은 이제 소위 '평범한 대중 흥행 애니메이션'을 목표로 해본다. 작풍 부터가 '이제 신카이 감독의 작품인가?'싶을 정도로, '평범한 일본 만화영화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이 작품의 편안함에도 불구, 감독 특유의 정서가 옅여졌다는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 다섯번째 <언어의 정원>은 그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심사숙고 끝의 시도였고, 성공했다. 아름답고 애잔하며 그럼에도 따뜻하다. <너의 이름은>의 감독다운 정서에 스케일까지 결합한 그야말로 웰메이드라면 <언어의 정원>은 조용히 혼자 서랍에서 꺼내보고픈 어여쁨과 촉촉함이 있다. 

그리고 현재 그간 감독의 여러 시도가 마침내 자기만의 스타일로 집대성되어 폭발한 <너의 이름은>에 이른다.

<너의 이름은>의 대단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보다, 전시회의 소감은, '치열하게 노력하는 천재가 자신의 작품을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가는가'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 놓으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숙제가 있다. 나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무언가로 세상에 도움되려면 대충해서는 다 '미완성'에 그친다.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고, '보다 더 나은 것'을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이젠 제한이 없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를 일컫는 말이, '디지털 테일러 시대'라고 한다. 예전 공장식 규격 완성 체제를 '테일러리즘'이라고 할 때, 현재의 디지털 환경은 이제 거의 전 세계의 평균, 도구, 규격을 다 완비해버렸다고, 그렇기에 '적당한 결과물', '적당한 인재', '적당한 수단'은 다 고만고만, 실은 거의 투입 가치 없는 소모품이 되어버렸다.

그런 시대에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이 정도면 대충 괜찮지 않나'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면, 이제 대중과의 소통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어진다. 서글프게도 그렇다.

차라리 대중적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매니아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확고한 개성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공룡의 꼬리'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공룡의 꼬리로 시작해서, 전 세계의 감성을 사로잡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의미있는 형태로 세상에 내놓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애써야 한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그럴려면, '내가 무엇을 하고싶은가', '내가 하려는 것이 정말 의미있는가', '내가 그것에 순수하게 투자할 수 있는가' 하는 마음들이 모두 순도높은 정직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많이 생각하고, 시도하며 소통할 수 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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